최근 대구에 60년 만에 최대인 12.5cm의 눈이 내려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구도 더 이상 '폭설 안전지대'가 아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제설 사례를 벤치마킹해 제설 매뉴얼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자체 제설 백태
제설 행정을 자랑하는 지자체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곳은 서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신청사 지하 3층에 서울안전통합상황실을 설치하고 폭설에 대비해 4개월간 제설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제각각 운영되던 817대의 CCTV 영상정보를 한곳에 모아 신속히 대응한다. 서울시 도로관리과는 267대의 제설 차량에 GPS를 장착해 상황실에서 CCTV를 보며 차량 이동 경로와 실시간 작업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제설 작업이 필요한 구간에 차량을 우선 배치하거나 중복 작업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청 신청사 주변에는 지열 제설 시스템도 도입했다. 장애인 보행로를 중심으로 설치된 이 시스템은 땅속에 파이프를 묻은 다음 지열로 데운 물을 흘려 전달한 열로 표면에 눈이 쌓이지 않게 한 것이다. 설치비가 100㎡당 2억원으로 비싸지만 효과는 엄청나다.
열선도로도 있다. 서울 도심 일부와 구리시 등 경기도 17곳 12km 구간에는 열선이 깔려있다. 울산시 남구도 지난달 열선도로를 선보였다. 열선도로는 도로 포장면 아래 5~7cm 지점에 깔아둔 열선이 온도와 습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한다. 울산시는 경사각이 30도인 이면도로에 설치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울산의 경우 680m 구간에 6개의 선을 설치하는데 5억원이 들였다. 경기 구리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운영하고 있지만 전기료 및 검사비 등 유지'관리비로 열선도로 100m에 300만원의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해안가 일부 지역은 바닷가에 설치해 둔 양수기로 바닷물을 끌어올려 제설을 하고 있다. 울릉군 건설과 관계자는 "염화칼슘은 온도가 낮아야 효과를 발휘하는 데다 예산이 더 많이 들지만 차량을 더 빨리 부식시킨다"며 "각 지점마다 배치해 놓은 물탱크에 바닷물을 담아놓고 급경사지나 일주도로 등에 바닷물을 뿌려놓으면 해풍이 불어 눈이 더 빨리 녹는다"고 말했다.
◆시민 참여 유형도 각양각색
전문가들은 제설 작업의 3요소로 '자재'장비'인력'을 꼽는다. 자재나 장비가 충분해도 인력이 부족하면 제설 작업은 이뤄질 수 없다. 제설 작업이 성공하려면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서울 광진구, 광주, 경기 고양시 등은 시민자율제설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눈이 오면 수천 명의 봉사단이 즉시 출동해 제설 작업을 한다. 이들은 각자 3~10m 정도 담당구역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는 최근 10여 년 간 제설 행정에 온 힘을 쏟아부어 2011년에는 1m 정도 눈이 왔을 때에도 바로 대처를 할 수 있었다. 각 가정에 삽을 제공해 시민들의 자구노력을 이끌어낸 것. 민간 차량에 보관'장착할 수 있도록 시에서 장비를 보급하면서부터는 눈이 올 때마다 솔선수범하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폭설 피해를 최소화하게 됐다.
서울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시민들과 쌍방향 행정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각 부서, 기초지자체 등의 계정을 연결한 소셜미디어센터(SMC)를 만들어 시민들의 요구 사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제설함이 비었거나 내 집 앞 눈을 치울 장비를 요청하면 서울시가 해당 동주민센터 등에 연락을 한다. 폭설 및 결빙 구간을 사진으로 올리면 담당부서에서 답변을 하거나 해당 구간에 바로 출동해 현장 상황을 점검한다.
◆제설 행정 걸음마 뗀 대구
대구에서도 제설 행정은 화두가 되고 있다. 팔공산 파계로 일대와 구마고속도로 성서IC 부근에 설치된 자동분사장치는 탱크에 저장된 소금물이나 액상 제설제가 노즐을 통해 분사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눈이 올 때 스마트폰 앱으로도 작동하게 돼 있어 사용이 편리하다.
비슬산 기상레이더와 K2공항에 있는 기상관측장비도 비상 상황에 큰 도움이 된다. 강설 징후를 미리 포착해 폭설로 인한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한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은 연중 상시 운행할 필요가 없는 제설차 등 장비는 청소차 등을 개량해 사용하고 있다. 청소차를 구조변경해 삽날이나 살포기를 부착한다. 2010년 폭설로 피해가 컸던 포항시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소차 개량 제설차는 구입 및 관리비가 많이 드는 전용차에 비해 예산 절감 효과가 뛰어나다.
안종희 대구시 도로과장은 "대구도 더 이상 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타 지역을 벤치마킹하고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해야 제설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배 대구시 재난관리과장도 "타 시'도의 사례를 보고 대구시에 적합한 제설 시스템을 개발하려 한다"며 "제설 장비를 현대화'대형화해 폭설 상황에 대응할 계획이지만 시민들도 '내 집 앞 눈 치우기'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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