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예가' 주변통로 만들어…중구청 "기념사업회와 협의"
대구 중구청이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 통로를 만들기 위해 이상화 시인 고택 담장을 허문 것으로 드러나 문화재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구 계산동에 위치한 그의 고택은 시인이 친구들과 제자들을 맞이하던 곳이며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둔 곳이다. 도심 개발에 밀려 사라질 뻔한 그의 고택이 복원된 것은 시민들의 손길 덕분이었다. '상화고택보존운동'은 2002년 문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에 의해 시작됐다. 이 운동이 불붙자 군인공제회가 2005년 매입한 고택을 대구시에 기부 채납함으로써 마침내 보존 작업이 이뤄졌다. 대구시는 오래된 고택을 보수하고 고택보존시민운동으로 모인 1억300만원을 포함한 1억6천만원으로 고택 내부에 전시물을 갖춰 2008년 고택 개관식을 했다. 시민의 힘으로 지켜낸 대구 대표 문화유산인 고택은 2009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 대상 시민 공모전에서 '잘 가꾼 문화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보존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2월 고택 서쪽 담장이 허물어진 것이 최근 뒤늦게 드러났다. 중구청이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를 지으면서 계산예가와 고택의 연결 통로를 만들기 위해 담장을 허문 것. 계산예가는 이상화 시인뿐만 아니라 계산동을 중심으로 활동한 지역 근대 예술인들의 활동상을 전시한 공간이다. 중구청은 2009년 근대골목투어를 찾는 시민들의 이용 편의를 돕고 계산동의 역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업비 10억원을 들여 계산예가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담장이 허물어졌다. 중구청에 따르면 허문 담장은 보존 작업을 벌이면서 허물었던 담장(남쪽과 동쪽)과 달리 시인이 머물렀을 때부터 고택 터를 지키고 있던 담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계산예가는 골목투어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편의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지은 것"이라면서 "담장을 허문 이유는 담장으로 인해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덜고 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오고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상화 기념사업회와 협의해 통로를 만들었다"고 했다.
문화계 관계자들은 담장을 허문 것은 골목투어를 활성화하기 위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문화를 연구하는 한 연구원은 "본래 전통 한옥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이며, 담장을 허문 한옥은 남의 집(계산예가)을 통해서 허락 없이 집에 들어오는 모양새로 이는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택은 시민운동으로 보존된 의미 깊은 사업인 만큼 담장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문화산업연구자도 "이상화 고택이 있기 때문에 계산예가를 지은 것인데 원형을 훼손하면서까지 계산예가를 짓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화 고택보존운동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고택 정문에서 계산예가 정문까지 돌아가는 데는 불과 20여 걸음밖에 안 된다. 이용자 편의 제고가 목적이라면 다른 방법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상화 고택 운영 책임을 진 대구시 관계자는 "당장은 담장을 복원할 계획이 없지만, 문화계와 이상화 기념사업회의 구체적인 요구가 있으면 의견을 반영해 담장 복원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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