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손무의 '손자병법'

입력 2012-12-29 08:00:00

나폴레옹도 탐독한 '전쟁서 이기는 법'

중국에서 무성으로 추앙받는 손자의 석상.
중국에서 무성으로 추앙받는 손자의 석상.

손무(孫武)의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약 2천500년 전 중국 고대(춘추전국시대 말기'BC 480년경)에 만들어진 병법, 즉 전쟁의 이론과 방법을 기술한 책이다. 모두 13편이다. 이 책은 워낙 유명해서 그 저자를 높여 '손자'라고 부른다. 책 이름은 줄여 '손자'라고 하기도 한다.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끊임없이 계속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창조를 위한 파괴는 전쟁 만한 것이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손자는 전쟁 찬양자는 아니다. 전쟁에 대한 이론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또 옛날 전쟁과 지금의 전쟁은 무기의 진화 발달에 따라 그 방식이 다르므로 그대로 적용은 안 된다. 손무가 말한 전쟁술은 옛날 보편적 전쟁 방식인 '백병전'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이론과 기술은 오늘날에도 참고할 내용이 있다. 인류 역사에서 세상 일을 싸움판,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으로 본다면 전쟁 아닌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자본주의 사회는 살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마지막에는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도 불사한다. 그래서 요즘 경영 분야에서도 이 손자병법을 원용하고 있다.

손무는 원래 당시 양자강 이남에서 번성했던 오(吳) 나라의 장수였는데, 오 나라 왕 합려(闔閭)가 손무의 전략 덕분에 초(楚) 나라를 이겼다. 손자의 전쟁술 근저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숨어 있다. '순자', '한비자'에서도 저자의 인간 본성에 대한 견해가 들어 있지만, '손자'의 근저에도 이와 유사한 인간관이 놓여 있다. 즉 인간의 악한 면에 대한 통찰이다. 전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악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손무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명언을 한번 살펴보자. 그는 말하기를 "전쟁은 나라의 대사이다"라고 하여 오늘날로 말하면 '안보'가 국가 보위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병법이란 적을 속이는 일이다"라고 하여 전쟁에는 속임수, 트릭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하나의 예를 들면 소위 '간첩'(첩자)의 활용이다. 이 책에 나오는 유명한 숙어로 '知彼知己면 百戰不殆니라'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정보 수집과 전쟁 준비를 잘하여 사전에 힘을 서로 비교해서 이길 수 있는 전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역대 장수는 물론, 난세의 영웅 조조, 당 태종, 명대 유학자 왕양명, 일본의 무사, 나폴레옹, 독일 황제 빌헬름 2세 등도 이 책을 탐독했다. 1차대전에서 이라크전까지 이 책의 내용을 적용시켜 보면 수긍되는 점이 많다. 그러나 이 전쟁 이론을 '선거'에 악용하여 이기고 보자는 것이나, 경영에 비도덕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손자가 말한 전쟁의 철학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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