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등 각종 수납장 속에는 갖가지 보물도 많지만 이런저런 정리할 것들도 많다.
동전이 대표적이다. 신용카드'스마트폰 전자지갑'사이버 머니 등의 사용이 늘고, 얇은 지갑 속에는 지폐만 넣으면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기 때문. 한국은행이 지난 5월 한 달간 '국민 동전교환운동' 실시했더니 2억8천500만개(동전 재료 가치로 400억원 상당)가 모일 정도다.
2006년(5천원권)과 2007년(1천원권'1만원권) 신권 지폐가 발행되면서 쳐박아둔 구권 지폐도 많다. 올해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약 3억5천만 장, 금액으로는 1조5천억원대의 구권 지폐가 아직 회수되지 않고 장롱이나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이라도 교환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한국은행은 1962년 긴급통화조치로 유통이 정지된 화폐(대부분 '환'단위)는 교환을 해주지 않지만 1962년 이후 발행된 화폐(모두 '전'과 '원'단위)는 '액면가'로 교환해주고 있다.
신용카드도 대중화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며 '장롱 신용카드'가 늘고 있다. 올해 카드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장롱 신용카드는 2천400만장에 달한다. 국내 경제활동인구(2천580만 명)를 감안하면 국민 1인당 1장 꼴로 장롱 카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카드 발급 및 유지 비용으로 매년 4천억원가량 낭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쓰지 않는 폐 휴대전화(장롱폰)도 골칫거리다. 그런데 장롱폰은 장롱 속 다른 친구들과 격이 좀 다르다. 휴대전화는 첨단 집약 부품들로 구성된 까닭에 코발트'니켈'망간'리튬 등 희유금속(산출량은 적지만 첨단전자공학이나 우주개발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금속)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금도 많다. 장롱폰 100대를 모으면 1돈(3.75g)짜리 금반지를 만들 수 있을 정도. 장롱마다 작은 광산이 들어 있는 셈이다. 정부는 환경 보호와 희유금속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장롱폰 수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아이디어만 좋으면 뭐든 장롱 속에서 꺼내 가치를 입힐 수 있다. 대구 수성구청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랍 속에 처박아 두고 쓰지 않는 볼펜을 모아 히말라야와 인도로 보내는 캠페인을 펼쳤다. 학교나 도서관 설립을 지원받고, 책도 많이 기증받지만 정작 학용품 사정은 열악한 국가의 어린이들에게 필기도구를 보내주자고 한 직원이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살펴보면 재해를 입은 필리핀 이재민들에게 안 입는 의류를 보내거나(전남 광양시) 행사 기념품으로 받고 쓰지 않아 가득 쌓인 수건을 노인복지시설에 보내는(충북 괴산군) 등 장롱 속을 뒤져 기부와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는 움직임이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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