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발찌 채워서라도 제2 김길태 막아야

입력 2012-12-29 08:00:00

성폭행범에게 전자발찌를 소급해 채우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국민 법 감정과 맞아떨어진다. 이번 헌재 결정은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이 형벌과는 다르다는 점과 이들의 권리보다 범죄 예방의 공익적 목적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8년 전자발찌법을 처음 제정하면서 전자발찌 소급 적용 조항을 미처 만들지 못한 것은 입법 미비였다. 이 때문에 이 법 시행 전 출소한 성범죄자들에게는 전자발찌를 채울 수 없었다. 201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여중생 납치 성폭행 살해 사건의 범인 김길태는 2009년 6월 출소했지만 전자발찌조차 차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성폭행 및 살인을 저질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 소급 적용 조항이 마련됐지만 일부 인권론자들이 이 조항이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어긋나고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헌재가 이를 명확히 했다. 헌재는 형벌 불소급 위배 주장에 대해 전자발찌 부착은 범죄 행위에 대해 사후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형벌과 구별되는 보안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것이 자유를 박탈하는 구금형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소급 적용으로 인해 대상자들의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 대상을 검사와 법원이 엄격히 판단하도록 하면서 청구 기간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과잉 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전자발찌 제도 도입 이후 성폭행 범죄자의 재범률은 시행 이전 15.1%에서 1.97%로 뚝 떨어졌다. 반면 소급 적용된 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를 법원에서 기각한 범죄자 중 21.7%가 다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발찌가 성폭행범의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착용 결정이 미뤄졌던 전자발찌 적용 대상자가 현재의 1천여 명에서 3천여 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성폭력 피해자나 그 가족들은 단 한 번의 범죄 피해자가 됨으로 인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간다. 성범죄자들이 위치도 파악되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피해자들이나 국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다. 범죄 예방 차원에서라도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보다 엄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시대적 추세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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