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지나가는구나.'
과거 신문에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세모(歲暮)라는 표현이 자주 나왔다. 세모는 한 해의 마지막을 일컫는 말이지만, 얼마 전부터 아예 쓰이지 않는 사어(死語)가 돼 버렸다. 대신 '세밑'이라는 말이 눈에 자주 띈다. 국립국어원에서 세모를 일본식 한자로 규정해 세밑으로 순화해 쓰도록 권장한 결과다. 세밑은 한문과 우리말의 결합이라 얼핏 어색한 듯하지만, 쓰면 쓸수록 그 의미는 더 명확하게 전해진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둔 부분은 나이(歲)였던 것 같다. 예전에 세밑과 같은 뜻으로 쓰인 말로 모세(暮歲)'설밑'세만(歲晩)'세말(歲末)'세저(歲底)'세종(歲終) 등이 있는데 한결같이 '세'(歲) 자가 들어 있다. 세밑의 다음날에 맞이하는 명절인 설이라는 말도 '섧다'에서 유래됐으며 한 해가 지남에 따라 점차 늙어 가는 처지를 서글퍼 하는 뜻에서 생겼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을 정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연말이 되면 나이가 들어 가는 데 대한 회한과 아쉬움이 제일 큰 듯하다.
한 해를 돌아보면 후회할 일도 많고 안타까운 일도 많을 것이다.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는 말이 있듯 나쁜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그래도 잊을 수 없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인드로 전환하는 게 옳다. 가령 어려운 상황에서 연애를 시작한 이들이라면 '올해 가장 뜻깊었던 일은 너를 만난 거야"라고 생각하고,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내년이면 자식 뒷바라지는 끝난다"고 생각하고, 대통령 선거에 패해 슬퍼하는 이들은 "국민들에게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고, 사업이 어려웠던 이들은 "올 한 해 인생 공부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세밑의 우울함을 털어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긍정 마인드다. 올 한 해 자신이 처한 현실이 복잡하고 어려웠더라도 대뇌에 '지금은 행복한 순간이야'라고 거듭거듭 속삭이면 대뇌는 어느 순간 실제로 행복하게 된다고 한다. 대뇌를 긍정의 착각 속에 들게 할 때 뇌의 긴장도나 활성도가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올 한 해 어려움을 겪은 분들이나 그렇지 않은 분들이나 모두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다. '끝을 조절하기를 처음과 같이 하면 실패할 일이 없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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