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교수의 세상보기] 측천무후, 강청 그리고 박근혜

입력 2012-12-29 08:00:00

대통령 선거의 후유증이 크다. 특정 세대의 결정이 과잉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투표할 수 없는 사람 빼고는 모두 투표했다"는 50대 이상이 선거 결과를 결정했다. 우리 사회의 미래 중추 세력이 될 2040세대가 좌절하고 있다. 과거 세대가 미래 세대의 발목을 잡은 꼴이다.

결정권을 빼앗겨버린 데 대한 젊은 층의 허탈감(멘붕)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도시철도 무료승차 등 노년층의 복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그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자기들이 낸 세금으로 결정권을 앗아간 노년층의 복지를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분노의 표출이다. 그리고 그들이 정의라고 믿었던 보편적 복지의 가장 큰 수혜자인 노년층이 이를 거부한 데 대한 응징의 심리도 작동했다. 물론 진심이 아니다. 세금은 그들만이 내는 것이 아니며, 보편적 복지가 정의라면 노년층의 복지를 더욱 두텁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세대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있다. 모택동은 죽기 직전의 병석에서 정치국 위원들에게 대통령제나 주석제 등 권력의 1인 집중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노년층, 중년층, 청년층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권력 핵심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통치한 그의 마지막 통찰이다. 선거에서 '전쟁'처럼 되어 버린 세대 간 대결을 완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정치이다.

이번 선거는 이념의 대립도 더욱 격화시켰다. 대통령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의 일대일 맞대결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역별 분열 구도도 여전하다. 후보들은 선거 기간 내내 국민 통합을 외쳤지만 결과는 세대, 이념, 지역의 분열이 심화됐다. 내 편을 결집시키려는 선거 전략이 그 원인이다. 새누리당은 영남과 보수, 노년층을, 민주당은 호남과 진보, 젊은 층을 득표 기반으로 삼았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새 출발의 종이 울렸다. 분열을 끊고 통합으로 이어야 한다. 오롯이 당선자의 몫이다.

중국의 유일한 여자 황제 측천무후(則天武后)는 비난만큼 찬사도 받는다. 무자비한 숙청과 부도덕한 행실로 비난받았다. 인재를 발탁해 나라를 안정시키고 중국 역사에서 빛나는 당나라 시대의 문화를 꽃피우는 기반을 마련한 탁월한 통치자로 평가받는다. 측천무후를 반대하는 어느 학자가 그의 방탕한 남자관계와 통치술을 비판했다. 측천무후는 그의 글을 읽은 후 대신들을 모아놓고 글 쓴 사람이 누구인가를 물었다. 그리고 "이렇게 유능한 사람을 등용하지 않고 있는 그대들은 참으로 잘못하고 있소"라며 꾸짖었다. 능력 있는 반대자를 바깥에 두기보다 안으로 끌어들여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모택동의 네 번째 부인 강청(江靑)은 현대판 측천무후를 꿈꾸며 중국 최초의 여성 정치국 위원이 되었다. 노약해진 모택동의 위세를 빌려 정적인 등소평(鄧小平)을 숙청한 후 "앞으로 나는 항상 때릴 준비가 되어 있는 몽둥이가 되겠다"고 측근들에게 호언했다. 강청의 적은 겁을 먹고 고개 숙였으나, 중국 인민들은 그를 사악한 권력자로 여기기 시작했다. 모택동의 죽음과 함께 복권을 한 등소평에 의해 그는 체포되어 결국 자살했다. 그는 지금도 중국 국민의 비난 대상이 돼 있다. 측천무후는 후궁 출신이며, 강청은 삼류 영화배우 출신으로 권력의지를 불태웠으나 후세의 평가는 정반대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는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다. 반대자들은 그를 무개념, 독단, 불통의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 반대자들에게 몽둥이를 들 것인지, 절제력을 발휘하여 내 편으로 끌어들여 상생할 것인지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국민 통합의 첫 지도자가 되기를 반대자들도 희망하고 있다.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이 점에서 반대자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여 분열을 부추긴 윤창중의 수석대변인의 기용은 큰 잘못이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개별성을 가진 사람들은 그 사회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사명을 지니게 된다. 통합을 향한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역사의 무게를 갖게 되길 바란다.

계명대교수'국경연구소 소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