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한 폭의 한국사

입력 2012-12-29 08:00:00

한 폭의 한국사/손영옥 지음/창비 펴냄

신석기인들은 왜 그렇게 자세한 고래 그림을 바위에 새겼을까? 고려청자에 그려진 무늬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사를 관통하는 16가지 대표 예술품을 정하여 그 하나하나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한편 작품들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을 알려준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일목요연하게 그림과 한국사를 연결해 설명하고 있어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용하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정선의 금강산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렴. 재미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거의 모든 그림마다 개미처럼 작게 그려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거던. 그들의 옷차림을 봐. 맞아. 조선시대 양반들의 차림새야. 내금강 표훈사에서 오른쪽으로 산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계곡을 그린 '만폭동도'를 볼까?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양반들, 너른 소맷자락에는 아마 책을 넣었을 거야. 이번에는 '단발령망금강산' 그림 속 꼬불꼬불한 산길을 잘 봐. 산길을 걸어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종을 앞세운 채 말을 타고 가는 선비 유람객도 있을 거야."

또 만원짜리 지폐의 배경으로 나오는 '일월오봉도'도 설명한다. 조선시대 만들어진 왕의 상징 중 하나인 일월오봉도가 만원짜리 지폐의 배경으로 나오고, 이 그림에는 산봉우리 아래 폭포가 좌우 대칭을 이루고 소나무가 두 그루씩 좌우에 서 있으며 아래에는 넘실대는 물결이 그려져 있다. 고려 초기의 투박한 불상에 담긴 호족들의 기운, 휘황찬란한 고려 불화에서 드러나는 귀족들의 문화, '일월오봉도'에 숨은 조선 개국의 이념과 진경산수화를 통해 알아보는 소중화(小中華) 사상까지, 그림 한 장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점점 그 범위를 넓혀 당시의 사회 분위기까지 전해준다. 236쪽, 1만2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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