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평범함의 힘

입력 2012-12-25 11:02:48

일본 전국시대 하마마쓰 성(城)에서 한 남자가 칼을 들고 미쳐 날뛰었다. 그는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러 사람을 해쳤다.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 한 용맹한 사무라이가 나타나 칼을 들고 날뛰는 자의 칼날을 맨손으로 잡고 제압했다. 사람들이 환호했고, 그 사무라이에게 큰 상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주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크게 화를 내며 "그런 어처구니없는 놈은 필요 없다"며 내쫓아버렸다.

도쿠가와는 칼을 들고 날뛰는 자를 상대할 때는 그에 적합한 대처법, 그러니까 칼이나 창을 들고 제압해야지 맨손으로 덤비는 것은 무모하다고 평가했다. 그런 자에게 군대를 맡겼다가는 제 용기만 믿고 덤비는 통에 군사들을 모조리 죽게 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기원전 73년 이탈리아의 카푸아 지방에서 무장한 노예 수천 명이 베수비오 산에서 노예해방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이 반란군의 주축은 로마의 검투사들로 싸움에 도가 터진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검투사는 로마 정규군에게 전멸당했다.

검투사들이 로마 정규군보다 싸움을 못했겠는가? 그럼에도 이들이 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의 수가 소수인데다 당시까지 '노예제도는 보편타당한 제도'라고 믿는 로마 시민의 지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인의 개인 무기가 칼이나 창, 활에서 소총으로 이전된 데는 과학의 발달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과학이 그런 방향으로 발달한 배경에는 칼이나 활보다 소총을 다루는 데 필요한 훈련 기간이 짧고, 살상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검술을 10년 익힌 사람보다 소총 사용법을 한 달 익힌 사람이 더 강하며, 무작위로 사람을 선발해 훈련시켰을 때 검술보다 소총술이 훨씬 효과적이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새 지도자가 할 일은 로마의 검투사나 칼 든 미치광이를 맨손으로 제압하는 사무라이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도 일정한 훈련을 거치면 닿을 수 있는 소총수를 기르는 것, 노예제도는 잘못이라는 보편적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지도자에게 필요한 리더십이다.

영웅적 행위나 특공 작전은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우이며 국가 단위의 전면전에 적합하지 않다. 비교적 안정된 국가를 이끄는 과정은 언제나 전면전이며, 비록 밋밋해 보일지라도 보편타당한 방식의 정책 수행이 승리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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