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프링캠프는 '오키나와 리그'

입력 2012-12-25 09:11:36

미국 전훈팀 대거 일본行…삼성 등 6개팀 둥지 틀어

삼성은 괌에서 체력훈련을 한 뒤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기술훈련 및 연습경기로 정규시즌에 대비한다. 사진은 2012년 오키나와서 훈련하고 있는 삼성 선수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괌에서 체력훈련을 한 뒤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기술훈련 및 연습경기로 정규시즌에 대비한다. 사진은 2012년 오키나와서 훈련하고 있는 삼성 선수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를 비롯한 프로야구 9개 구단이 내년 시즌을 담금질할 스프링캠프 일정을 확정했다. 두드러진 점은 일본으로의 회귀다.

2012시즌을 앞두고 앞다퉈 미국 본토로 날아갔던 팀들이 내년엔 다시 일본 쪽으로 방향을 튼 것. 2012년 미국 애리조나서 겨울을 났던 두산과 한화는 아예 1'2차 캠프지를 일본으로 잡았고, 플로리다에 1차 캠프를 꾸리는 SK와 애리조나에 여장을 푸는 KIA와 넥센도 내년 2월 중순쯤 일본에 2차 캠프를 차린다.

이에 따라 2013시즌엔 KIA'넥센'NC(애리조나), SK(플로리다) 등 4개 팀만이 미국 본토에 1차 캠프를 차리게 돼 2012시즌에 비해 2개 팀이 줄었다. 하지만 이들 팀 중 대만 자이현에 2차 캠프를 꾸리는 NC를 제외한 나머지 3개팀은 2차 캠프지를 일본으로 옮겨 2월 중순이 넘어서면 프로야구 9개 팀 중 8개 팀이 일본에 헤쳐모이게 된다. 특히 일본 오키나와에는 삼성을 비롯한 6개 팀이 머물게 된다. 롯데는 사이판을 거쳐 가고시마에 둥지를 틀고, 두산은 미야자키서 모든 일정을 소화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국내 구단들은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하와이 등 미국 땅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행이 대세를 이뤘다. 이동거리가 가깝고, 일본 구단과 연습경기를 통해 스프링캠프의 성과를 수시로 점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각 구단은 일본을 '약속의 땅'으로 삼아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과거엔 국내팀들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연습경기조차 꺼렸던 일본팀들이 최근엔 먼저 연습경기를 제안할 정도로 위상도 높아져 오키나와는 시즌을 준비하는 전초기지가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올초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방사능 누출의 여파에다 미야자키 쪽에서의 화산 분출 등으로 일본행보다 미국행을 택한 팀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심리적 저항감이 사라지면서 상당수 국내팀들이 내년엔 다시 일본으로 속속 방향을 틀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국내팀 또는 국내팀-일본 프로팀 간의 연습경기가 치러지는 일명 '오키나와 리그'는 내년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기온이 따뜻하고 야구장 시설이 잘 갖춰져 훈련 효과가 높다. 시차 적응에 대한 고민도 없고 음식도 선수들의 입맛에 맞아 전지훈련장소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괌에서 체력훈련을 한 뒤 오키나와서 실전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주력한다.

삼성이 2차 캠프지로 쓰는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은 2005년 선동열 전 감독(현 KIA 감독) 체제 전환 후 줄곧 이용해온 곳이다. 해변 등 풍광이 빼어난데다 그라운드 배수 시설 등 최신식 시설을 갖췄고 보조 구장과 축구장까지 있어 투수와 야수들이 몇 개로 나눠 훈련할 수 있다.

삼성은 올 초 주니치'야쿠르트'니혼햄 등 A클래스의 강팀들과 2차례씩 붙어 5승2무1패의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 챔피언의 매서움을 보여주며 일본팀을 긴장케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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