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먹튀'?…동아百·쇼핑점 인수 후 소유권 신탁

입력 2012-12-24 11:16:11

"위험땐 발빼기 포석" 시작, 그룹 "서울도 대부분 신탁"

이랜드그룹이 동아백화점 쇼핑점과 본점 등을 인수합병(M&A) 한 후 불과 몇 달 만에 자산신탁에 소유권을 이전한 것으로 드러나 '먹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등기소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2010년 4월 30일 동아쇼핑점과 동아백화점 본점을 이랜드리테일로 등기했지만, 각각 두 달 뒤인 6월 10일과 23일 코리아신탁주식회사와 코람코자산신탁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랜드그룹은 같은 해 3월 화성산업과 유통부문 전체(백화점 5개, 본점'쇼핑점'수성점'강북점'구미점), 할인매장 2곳(동아마트 수성점, 포항점), 유통센터, 동아스포츠센터(매각) 등을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동아백화점 수성점과 구미점도 현재 소유권이 각각 코리아신탁과 한국자산신탁주식회사(2011년 5월)로 넘어갔다.

동아백화점 간부들은 "이랜드가 동아백화점을 사들이고 한참 후에 극소수 인원만 백화점을 신탁한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이랜드그룹이 시장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언제라도 발을 빼려고 퇴로를 열어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영업하는 수법은 기업 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신탁회사의 자금을 활용하면서 부동산에 큰돈을 투자하지 않은 탓에 시장 동향에 따른 부담이 적다"고 밝혔다.

지역 한 변호사는 "신탁은 통상 소유권(형식적) 이전을 통해 해당 부동산의 효율적 관리'처분을 위해서나 금융권을 통해 대출을 원활히 받으려고 시도된다. 하지만, 신탁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기업도 많다"고 했다.

이랜드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M&A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이랜드그룹은 M&A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기업인 데다 동아백화점 인수 직후 동아스포츠센터(수성구 지산동)를 서둘러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그룹 측은 "동아스포츠센터는 유통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팔았으며 앞으로 유통부문 매각은 없다"며 "서울, 수도권 등 그룹 내 유통부문은 대부분 신탁을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랜드그룹은 한해 수천억원의 지역 자본을 빨아들이면서도 지역 업체 및 지역 사회와의 상생은 외면하고 있어 '먹튀'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대구시 2011년도 대구지역 외지 유통업체 지역기여도 추진 실적에 따르면 동아백화점은 2010년 용역서비스 지역발주 비율이 100%였으나 지난해엔 57.1%로 반 토막 났다. 이 기간 지역 은행 정기예금 예치도 0원이다.

지역 유통 관계자들은 "지역 다른 대형마트나 백화점들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반해 이랜드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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