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득렬의 서양고전 이야기] 소크라테스와 친구 크리톤의 대화

입력 2012-12-22 07:51:39

플라톤의 '크리톤'

'크리톤'은 플라톤의 초기 저작으로 20여 쪽밖에 되지 않는 작은 책이다. 사형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법에 의하면 선고 당일 형집행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재판일이 축제 시작일이어서 축제가 끝날 때까지 거의 한 달간 감옥에 있어야 했다. 사형집행일을 며칠 앞두고 절친한 친구인 크리톤과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나눈 내용이 '크리톤'에 담겨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크리톤은 아무 죄 없는 친구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친구를 위해 아테네 북쪽에 있는 테살리아에 집과 토지를 사 놓았다. 탈옥이 용이하도록 간수들을 매수한 크리톤은 이른 아침에 감옥에 있는 소크라테스를 찾아와서 탈옥을 권유하고 있다.

크리톤은 탈옥의 명분으로 아내와 아들 셋을 생계와 교육을 염려해야 한다는 것, 아테네에서 가르치던 철학을 다른 도시국가에 가서 가르쳐도 된다는 것, 그리고 친구를 죽도록 내버려둘 경우 자신의 인색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이 클 것이라는 등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이유들에 대해 일일이 논박을 하는 동시에 탈옥이 정의가 아니기에 탈옥해 생명을 더 연장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크리톤에게 대중의 평판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이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믿으라고 말한다. 운동선수들이 관중의 요구를 무시한 채 자신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감독의 지시만을 따르듯 크리톤도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법률을 의인화(擬人化)하여 법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법률은 소크라테스에게 70세까지 아테네에 살았다는 것은 아테네의 법률에 불만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몇 년 더 살기 위해 탈옥한다는 것은 정의로운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보여준 언행과 어긋난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국법을 지키기로 결심하자, 크리톤은 탈옥 설득을 포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며 순순히 독약을 마셨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가 이 말을 했다면 이 말이 틀림없이 '크리톤'에 등장했을 것이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옳거나 그른 표현일 수 있다. 입법 절차를 중시한다면 악법도 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내용을 중시하면 악법은 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들은 국민에게 준법 정신을 고취시키려 후세에 지어낸 이 말을 널리 활용해왔다.

신득렬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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