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단상] 자비

입력 2012-12-17 07:27:32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려고 늘 노심초사하며 살아간다. 걱정은 사람의 얼굴에 주름살을 만들고 마음에는 불안과 근심을 쌓아 놓는다. 걱정이 많으면 미래에 대한 염려나 두려움 때문에 기쁨을 상실한다. 그리고 걱정으로 말미암은 마음의 불안과 근심은 사람을 병들게 하기도 한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이용'(利用)이라는 단어가 있다. 노자는 소유하는 것은 '이'(利)이고, 소유를 없애는 것이 '용'(用)이라고 했다. '이'와 '용'을 합하여 '이용'이라고 쓰는 이유는 소유한 재물은 올바로 사용될 때 완전해질 수 있다는 뜻에서다. 젊은 시절 열심히 벌어서 이웃과 사회를 위해 올바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사람은 이익만 추구하며 재물을 쌓아 놓는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돈을 올바로 벌어서 바르게 사용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일구다'와 '이루다'에 대해 알아보자. '일구다'는 논밭을 만들기 위하여 땅을 파서 일으키다, 현상이나 일 따위를 일으키다라는 뜻이다. "저것은 두더지가 땅을 일군 흔적입니다." "화로 속의 불씨를 찾아내어 심지에 대고 불어서 불꽃을 일구었다."로 쓰인다. '이루다'는 어떤 대상이나 일정한 상태나 결과를 생기게 하거나 일으키거나 만들다, 뜻한 대로 되게 하다라는 의미로 "할아버지의 유언을 못 이룬다면 나는 죽어서도 그분께 면목이 서지 않는다." "여름에는 무성한 오곡이 초원을 이루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빙원을 이루었다."로 활용한다.

"도적 떼는 관군을 넘보고 덤벼들었다." "사장은 광고 효과를 노리며 수십억 원의 광고비를 지출했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넘보다'와 '노리다'를 구별해 보자. '넘보다'는 남의 능력 따위를 업신여겨 얕보다, 어떤 것을 욕심내어 마음에 두다는 뜻으로 "이번 대회에서는 우리나라 선수가 우승을 넘보고 있다."로 쓰인다. '노리다'는 무엇을 이루려고 모든 마음을 쏟아서 눈여겨보다라는 의미로 "그는 화난 눈으로 나를 노렸다."로 활용한다.

라틴 말로 '자비'라는 말은 두 개의 낱말이 합쳐진 것이다. 하나는 '슬픔' 또는 '괴로움'을 뜻하며, 다른 하나는 '마음'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자비란 이 두 낱말이 합쳐져, 마음이 슬픈 사람에게서 흘러나오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비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슬퍼한다. 그리고 그 고통을 없애 주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상대가 가진 것을 노릴 수는 있으나 넘보는 것은 삼가야 한다. 비록 가진 게 적더라도 남에게 베풀 줄 아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마음만은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성병휘<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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