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토크] 윈튼 마샬리스

입력 2012-12-13 14:06:48

재즈 명문가 출신…신고전주의 재즈 완성

1980년대 재즈계는 온갖 스타일이 난무했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비치스 브루'를 발표하면서 시작된 록과 재즈의 결합은 퓨전재즈라고 불리면서 1970년대 이후 가장 보편적인 스타일이 된다. 하지만 애초 마일스 데이비스가 고안한 예술적 접근법과는 달리 퓨전 재즈는 지극히 상업적인 결과를 지향했는데 재즈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우려할 정도였다. 언제나 그랬듯이 재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스타일을 고민했고 재즈의 본질인 블루스와 스윙에 대한 회귀를 주창하게 된다.

윈튼 마샬리스(Wynton Marsalis)는 이런 시기 가장 선두에서 재즈의 본질에 대한 회귀를 주장했던 아티스트다. 신고전주의 또는 전통주의로 불리는 1980년대 재즈는 비밥과 이를 중심으로 파생된 모던 재즈의 전통적 가치를 복원시키려고 노력했다. 재즈계의 가장 혁신적인 스타일리스트라고 불리는 마일스 데이비스보다 아트 블래키에 대한 존경을 공공연하게 밝힌 것도 좋은 예인데 이 때문에 마일스 데이비스와는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기도 했다.

윈튼 마샬리스가 신고전주의를 채택한 것은 그의 혈통을 볼 때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다. 재즈의 시작을 알린 뉴올리언즈에서 태어난 그는 재즈 피아니스트였던 아버지 앨리스 마샬리스와 색소폰 연주자인 형 브랜포드 마샬리스를 둔 재즈 명문가 출신이다. 6살 때부터 트럼펫을 시작한 그는 14살 때 뉴올리언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을 협연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재즈뿐만 아니라 클래식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19살이 되던 해 형 브랜포드 마샬리스와 함께 아트 블래키의 밴드 재즈 메신저스에서 재즈 명문가의 정통성을 과시하더니 1981년 셀프타이틀 솔로앨범을 공개한다. 이 시기 마일스 데이비스도 한동안의 공백기를 깨고 앨범을 발표하는데 재즈팬들은 전통으로의 회귀를 외치는 신예와 혁신의 아이콘 사이에서 즐거운 고민을 한다. 하지만 평단과 팬들은 윈튼 마샬리스의 손을 들어주는데 그 해 거의 모든 재즈 어워드에서 윈튼 마샬리스가 최고의 영예를 안게 된다.

이후 공개되는 앨범마다 최고의 찬사를 받은 그는 무려 9번의 그래미를 수상하게 된다. 심지어 1984년과 85년에는 클래식과 재즈 양쪽에서 그래미를 수상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연주활동과 교육활동을 병행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월드 투어 중에도 마스터클래스와 워크숍을 열어 왜곡된 재즈의 본질을 전파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윈튼 마샬리스는1980년대 이후 재즈계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인이다.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본질에 대한 고민은 그의 고향 뉴올리언즈에서 태어난 재즈가 어떻게 20세기 최고의 음악으로 발전할 수 있었냐에 대한 충실한 해설이기도 하다. 재즈 좀 들어볼까라고 생각한다면 주저 말고 윈튼 마샬리스를 선택하시라.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그의 앨범을 소장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권오성(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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