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배우들의 감독 데뷔, 어떻게 볼 것인가

입력 2012-12-13 07:25:27

최근 많은 배우가 본업인 연기는 물론 야심 차게 감독으로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감독들이 배우로 데뷔하지 말라는 법이 없듯이 배우들이 연기하는 대상에서 연기를 연출하는 감독으로 데뷔하는 것은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 또한 그들은 오랜 기간 배우의 경험에서 나온 섬세한 연출력과 새로운 시선으로 훌륭한 작품을 여럿 선보였다.

그러나 몇 가지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연출 전공자들 혹은 연출 지망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보통 극장용 영화 1편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학습과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어느 유명배우가 영화를 준비해 데뷔하면 그들은 충격을 받게 된다. 그것은 자신들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준비하고 있는 일을 누군가 한순간에 이루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영화제와 관계된 것으로 객관적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지 않은 배우의 연출 작품을 영화제의 홍보를 위해 초청하는 행태다. 영화제를 알리기 위해 작품을 초청하는 것은 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이지만 영화제에 상영될 작품의 편수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상영할 수 있는 다른 작품 한 편이 희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홍보를 위한 기회 박탈이라는 문제점이 생긴다.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배우의 매니지먼트에서 친분이 있는 영화제에 정식 출품이 아닌 로비를 통해 작품 상영을 결정하는 사례다.

물론 작품이 훌륭하다면 이런 논란은 없다. 영화는 스크린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될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특히 데뷔작일 경우 배우들은 인터뷰 과정에서 조금은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몇 해 전 어느 유명배우가 영화제 개막식에서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 대해 '재미로 그냥 만들어봤다'고 표현해 일부 참석자들의 분노를 산 일이 있다. 본인은 영화인들 앞에서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멋쩍어 그렇게 표현했겠지만, 대다수 영화인은 지금 만드는 영화가 평생 마지막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늘 살아가고 있기에 적절한 언급이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배우들이 훌륭한 작품을 연출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늘 수동적이고 객체에 가깝다고 느끼는 배우 자신의 정체성 강화에 도움이 되고 '똥파리'와 같은 영화에서 증명된 것처럼 매우 파격적이고 본인의 트레이닝에서 나온 훌륭한 연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을 이런 형태의 영화들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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