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김영동이 본 '박광호 유작전 의미'
"대구에 아직 조명해야 할 훌륭한 작가가 있다니!" 서울의 한 평론가가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린 박광호 유작전을 보고 한 말이다. 한 작가는 "지금 기준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 감각과 지적 탐구를 수반한 작품들이라 놀랄 정도"라고 말했고, 또 다른 미술평론가는 "한국 화단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박광호의 유작전은 미술계 안팎에 큰 이슈를 낳으며 주목할 만한 전시로 떠올랐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이번 전시를 30일까지 6~8전시실에서 연장전시한다. 작품들은 소장처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놓치면 다시 보기 힘든 전시다. 053)606-6114.
최세정기자
지난 11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 박광호 선생의 유작전은 모처럼 만난 감명 깊은 전시였다. 최근 미술이 점점 더 화려함이나 외양의 세련에 치중하는 듯 보여 내면의 깊이를 탐구한 선생의 작품들이 더욱 예술 본연의 가치를 깨우쳐 준다고 느꼈다. 결국 예술은 인간의 정신생활에 영향을 미치며 그 호소력이 감각에 우선적인 듯해도 마침내 지성을 겨냥한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
대구서 태어나 6'25전쟁 중 부산에서 서울미대에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계성고와 대구교대에 재직하며 줄곧 그림에만 충실해온 화가로서, 이 같은 조명이 뒤늦었지만 그래도 그의 삶이 한 자리에서 고스란히 읽히는 기회가 더 늦지 않게 성사된 것만도 다행이었다. 이미 빛바랜 캔버스와 혹은 낡은 종이 위 시 한 줄에서조차도 시간을 초월한 비범한 작가의 아우라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침묵 속에 펼쳐진 작품 속으로 저절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열망과 열정이 넘치는 작품들에서 또 예술가로서 성실했던 작가의 일생을 목도하면서 누구라도 숭고하기까지 한 그 세계 앞에서 숙연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우리 근대미술은 일본에서 아카데미즘화한 인상파의 영향이 큰데다 전쟁 후에는 미국으로부터 온 모더니즘의 영향이 지배적이어서 초현실주의라든가 상징주의 같은 미술은 드물었다. 원래 초현실주의는 1920년대 유럽에서 반파시즘의 기치 아래 일어난 사조로서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했고 형식적으로는 구상과 비구상 모두 비합리적인 표현을 선호했다. 현실의 부조리한 지배질서와 부르주아 계급의 인습적인 사고를 비판하면서 인간 내면의 순수한 감정과 본능적 태도를 초월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려 한 것이다.
선생은 1950년대 후반부터 추상적인 화면 위에 은유적인 이미지를 탐구하면서 독자적으로 당시 화단의 일반적인 경향에서 벗어난 초현실주의적인 양식을 개척해 나갔다. 원초적인 생명의 기호들을 개발하고 그 패턴들을 추상적인 형태의 공간 속에 융합하면서 재현주의와 형식주의를 넘어선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확립했다. 담당 학예사의 힘든 노력으로 그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전시회가 너무 일찍 끝나 못내 아쉬웠는데 12월로 연장해 재전시가 있다는 소식이 더없이 반갑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