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로스쿨 논란 유감

입력 2012-12-11 07:50:22

'로스쿨'이 최근 의도치 않게 유명세를 탔다. '성추문 검사' 여파다. 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검사가 법학전문대학원, 즉 로스쿨 출신이란 이유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로스쿨을 마뜩잖게 여기며 가재눈을 하고 보던 이들이 '봐라, 내 이럴 줄 알았다'며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쏟아내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요지는 한마디로 '자격 미달'이다. 죽을 둥 살 둥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다시 2년 동안 사법연수원에서 전문적'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피 말리는 경쟁을 치러야 비로소 검사가 될 수 있는데 속된 말로 '1억원 주고 로스쿨 가서 검사가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직업 법조인으로서 가져야 할 전문 지식이나 인성 등이 한참 모자랄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결국 사법시험과 연수원을 거치는 기존 코스와 달리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3년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변호사 시험 합격자 중 검찰에 지원, 면접 등을 거쳐 검사가 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에 다름 아니다.

여기엔 로스쿨 때문에 검사 등용문이 넓어져 검사의 가치와 자존심이 떨어졌고 로스쿨에 입학, 졸업할 때까지 학비 등으로 1억원 정도가 들기 때문에 '돈으로 검사를 살 수 있게 됐다'는 속상함과 비아냥도 포함됐다.

검사 임용을 놓고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사법연수원이나 잠재 대상자들의 불만도 이번 사태로 분출됐다. 연수원과 로스쿨 체제가 공존하다 보니 연수원 출신 입장에선 이전보다 검사 임용 자리가 줄어 기득권을 빼앗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관련 한 단체에선 아예 '로스쿨 임용제 폐지하고 경력 검사 법조 일원화 도입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검찰 사상 최악의 사건이 로스쿨 출신 검사에 의해 발생했다"며 "사법연수생과 공개경쟁 채용 없이 로스쿨 출신을 쿼터제 검사로 선발하는 로스쿨 검사 특채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몇 시간의 면접을 통해 인성을 평가'하는 현재의 제도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추문 검사 사건으로 로스쿨 제도가 비난과 폐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설사 로스쿨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로스쿨 졸업생의 법조계 진출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만큼 제도 개선으로 해결해야지 마녀사냥식으로 호도'매도해선 안 된다.

같은 이유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생한 검사의 거액 뇌물 수수, 사건 알선 사건의 검사도 로스쿨 출신이냐'며 반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추문, 거액 수수, 사건 알선 등 검사의 잇단 비리'비위 사태가 출신의 문제 때문은 아니다.

검찰 한 관계자도 "로스쿨은 일반 대학처럼 3년 동안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사법시험, 연수원 등 소양 교육 없이 경쟁만 하다 임관하는 연수원 제도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인정받은 제도다. 오히려 직업 법조인이 가져야 할 소양을 위한 교육에 중점을 둔 제도"라며 "이번 사태도 검사실엔 3명 이상 있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만큼 출신을 따지기보다 제도적 보완책을 만드는 등 시스템으로 극복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완전치 않은 것으로 치면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제도도 마찬가지다. '공부만 하고 경쟁에 시달리느라 사회성이 떨어지고 법밖에 모르며 메말랐다'는 등 뭇매를 맞아온 게 사실이다.

로스쿨은 소양 교육 강화에다 다양한 직업'전공자들의 진출을 확대시키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다.

완전한 제도는 없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부분을 지적하고 보완해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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