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카카오 톡에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문자가 뜨고 있다.
대상은 아사히 맥주, 마일드세븐 담배, 닌텐도 게임, 시세이도 화장품, 캐논 카메라 등등이다. 이유는 이들 일본 기업이 독도를 다케시마로 이름을 바꾸려는 캠페인에 후원금을 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후원 내용이 사실이면 한국 네티즌들에게는 다분히 공격적인 불매운동 독려 거리가 될 수는 있다. 문제는 그 효과와 참여도다.
소비자운동으로 정치적이나 사회적 강자에게 대적(對敵)해 보려는 시도는 어느 나라나 있다. 그런 소비자운동에 똘똘 잘 뭉쳐지는 사람들이 일본 국민들이다. 작은 예로 양계 업계에서 계란 값을 조금 과다하게 올렸다 치자. 일본 주부들은 지나친 인상률이다 싶으면 즉각 시장바구니에서 계란을 빼버린다.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계란은 안 사먹는다. 동네슈퍼와 백화점 식품 코너엔 팔리지 않은 계란이 쌓일 수밖에 없다. 보름쯤 지나면 계란이 썩기 시작하고 양계장 창고에 계란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결국 양계 업자들은 두 손을 들고 값을 내린다. 만약 힘겨루기 중간에 일부 주부들이 배신(?)해서 계란을 사먹으면 지는 게임이 되지만 절대다수 주부는 먹고 싶은 것 참고 약속대로 보름'한 달씩 버티며 일사불란하게 뭉친다.
지금 한국 카카오 톡에 돌고 있는 일본 기업 상품 불매운동이 일본 주부들의 계란 안 사먹기처럼 성공할지 안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마일드세븐 담배나 아사히 맥주를 안 사 준다고 해당 기업들이 벌벌 떨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들 기업은 한국 시장 매출이 전 세계 총 매출의 몇 %이며, 카카오 톡 네티즌들의 불매운동 가담으로 매출 감소가 몇 %나 될지 계산할 것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거의 틀림없이 '사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라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본 네티즌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불매운동을 했다 쳤을 때 삼성이 콧방귀도 안 뀌는 것이나 크게 다를 것 없다.
불매운동 효과를 가볍게 본다는 뜻이 아니라 무슨 건수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실리적인 전략이냐는 이성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독도 문제만 해도 그때그때 감정이 부딪쳤을 때를 빼면 한'일 간의 교류(관광)는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위안부 발언 이후에도 일본인 관광객은 매달 20~30% 계속 증가 추세다.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33%가 일본인이다. 특히 20, 30대와 여성 관광객 비율이 59%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 계층은 독도니 위안부 같은 정치적 이슈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싸고 질 좋은 한국 상품의 쇼핑과 접근성 좋은 이웃나라의 관광이라는 점을 더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지난 10년간 추세만 봐도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과 한국으로 오는 일본 관광객의 증감은 들쭉날쭉은 했지만 전체 도표를 놓고 보면 일본은 10년 사이 3배가 늘어났다.
한국도 감소가 아닌 현상 유지 선이다. 정치 이슈가 왔다갔다 흔들려도 신세대들의 관광 교류나 이웃나라 상품 구입 의식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답이 나와 있다. 독도 문제든 또 다른 정치적 대립 문제이든 분쟁에 대한 대응에서 일시적 감정이나 선동적 캠페인은 약효가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정 대응보다는 더 효율적인 전략을 위한 인내와 이성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100년 후'라는 책을 쓰면서 '21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린 조지 프리드먼은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분노가 아닌 권력이 만든다.' 새겨볼 만한 말이다. 상대가 일본이든 중국이든 또는 미국이든 우리는 너무 쉽게 '분노'에 빠져드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 감성적 분노들은 일본 관광 교류가 오히려 늘거나 그냥 그대로이듯 실효적 힘을 내지 못한다. 즉흥적인 분노 속에는 감정만 담겨 있지 권력이라는 파워가 실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권력이란 실재(實在)라는 경제적, 군사적, 교육적, 산업 기술적 잠재력을 의미한다. 그런 권력이 알리의 주먹처럼 단단하게 압축되지 못하고 감정 부릴 때마다 찔끔찔끔 새나가면 결정적인 때의 폭발력만 떨어진다.
독도 지키기는 온 힘으로 지켜야 하겠지만 감정적 불매운동 같은 건 일본 주부들의 계란 안 사먹기만큼 똑 부러지게 해내지 못할 바에는 아니 함만 못하다. 감정 긁기보다 내공(內功)의 힘으로 이기는 게 싸움의 기술이다. 공약과 인격으로 겨루는 대선 싸움도 마찬가지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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