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관객에게 중요한 과정…핵심은 작품의 내용
연극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본 과제이자 과정은 '작품 선정'이다. 이는 그야말로 작품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어떤 작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 만족과 불만족이 바뀔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 있지만 연극 제작진 입장에서는 공연할 작품을 무엇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서 제작비·배우·극장·의상·조명·음향 등 모든 시스템의 전반적인 진행 방향이 결정된다.
그리고 그 공연의 성공과 실패는 공연의 막이 오르고 막이 내릴 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준비했다고 해서 무조건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예상은 가능할 수 있지만 그 예상은 자주 빗나가곤 한다.
연극 공연의 결과는 마치 알 수가 없는 인간의 삶과 흡사하다. 이렇듯 그 끝을 알 수 없으니 연극 제작진은 작품 선정이라는 처음 단계에서부터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다. 많은 제작비와 시간을 투자한 땀의 결과물인 공연이 막이 오름과 동시에 버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처음 과정인 작품 선정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작품 선정은 연극 관람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본 과제이다. 어떤 작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 만족과 불만족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연극 제작진과 똑같다. 다만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차이일 뿐이다. 물론 연극 제작진에 비해 조금 더 적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실패나 불만족의 느낌이 상대적으로 짧게 가거나 금세 잊힐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 선정에 성공해 만족스러운 공연을 보았을 때 성공한 느낌은 연극 제작진이 느끼는 성공의 기쁨처럼 오래 간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좋은 공연의 감동을 나이가 꽤 들어서도 다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감동은 삶을 살아가는 활력소가 된다. 그러한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사람들은 연극을 보는 것이다. 비록 작품 선정에 실패해 불만족한 공연을 본다고 해도 만족한 공연을 볼 수 있는 다음이 있다. 만족한 공연 한 편으로 몇 번의 불만족을 충분히 날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다름 아닌 작품 선정이다.
작품 선정은 연극 제작진이나 관객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연극 제작진의 작품 선정 과정은 곧 연극 제작 과정이므로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을 것 같다. 반면에 관객의 작품 선정 과정은 연극 제작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고민하며 중요도를 어디에 더 두느냐를 고민하는 입장이 연극 제작진이라면, 관객은 예술성과 상업성뿐만 아니라 자신이나 동반자의 취향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또한 공연 작품의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공연장의 위치나 시설, 공연 일자, 그 날의 날씨, 티켓 가격 등도 작품 선정에 영향을 준다. 그것들도 분명히 공연과 관계가 있긴 하지만 작품 그 자체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이 관객 입장에서는 작품 선정 시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공연장의 시설이나 편의시설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결국은 이런 이유다. 작품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어디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공연장이라면 관객의 수는 적을 수밖에 없다. 또 공연장 시설을 포함하여 주차 문제나 접근성 문제에서 불편함을 느껴 다시 찾지 않는 관객도 있다. 그런 관객들은 훌륭한 작품의 내용도 좋지만 자신의 여가 시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안락함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런 믿음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며 보호받아야 한다. 음식의 내용물만큼 그릇이라는 형식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본질인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분명히 옳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릇과 같은 형식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 들어 민간극장들도 최선을 다해 극장의 편의시설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관의 협조와 지원정책도 뒤따르고 있다. 그러니 불만족을 느끼며 외면했던 극장을 다시 찾아보길 바란다.
어떤 극장이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작품이라는 생각을 먼저 해주었으면 한다. 물론 작품 선정 시 오직 작품만 고려한다는 것은 그저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 불편함을 느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장들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만족스러울 만큼 변하지 않은 극장의 불편함은 공연 작품의 만족도가 대신 채워 줄 수도 있다.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은 공연 작품의 내용과 감동이다.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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