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8명 "연차휴가 다 쓴 적 없어"

입력 2012-12-06 10:27:02

"쉿! 책상 뺄까 겁나요"…업무과다, 상사 눈치에 연차수당 혜택도 못

입사 5년차인 직장인 김모(32'대구 동구 불로동) 씨는 올해 쓰지 못한 연차휴가가 8일이나 남았다. 김 씨는 입사 후 연차휴가를 모두 써 본 적이 없다. 올해도 이달 안으로 연차휴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휴가를 고스란히 날려야 한다. 하지만, 직장상사 눈치와 밀린 업무 처리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김 씨는 "어렵게 구한 직장인데 괜히 튀는 행동을 했다가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연말이 다가왔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이 연차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불만이 크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가 5인 이상인 사업장은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연차휴가를 줘야 한다. 연차휴가는 근무기간 2년마다 1일씩 추가된다.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는 1개월간 1일의 휴가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정규직,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 직종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만일 근로자가 정해진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면 사업자는 1일 근무수당에 해당하는 연차수당을 줘야 한다. 연차수당을 주지 않은 사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에게 근로기준법은 사문화된 법일 뿐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4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했다"(82.6%)고 대답했다. "쓰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 잔여 휴가 일수는 평균 7일로, 응답자의 평균 연차휴가가 13일임을 고려하면 절반밖에 쓰지 못한 셈이다. "올해 안에 연차휴가를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인 61.3%가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 받는 연차수당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직장인도 많다.

주어진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근로자는 사업자에게 연차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 '연차수당청구권'이 주어진다. 청구권의 유효기간은 3년. 3년이 지나면 근로자는 지난 근무 기간의 연차수당을 사업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 사업자가 연차휴가 사용을 근로자에게 권유했지만 근로자가 이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연차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

이직을 결심한 입사 6년차 황모(30'여) 씨는 퇴직금, 연차수당에 대해 알아보다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직과 함께 그동안 받지 못한 연차수당을 받을 생각이었지만 황 씨에겐 연차수당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것. 연차수당청구권의 유효기간인 3년이 이미 지났기 때문. 황 씨는 "퇴사할 때 연차수당을 준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며 "연차수당 이야기를 회사에 말해봐야겠지만 회사에서 모른 척 잡아뗄까 봐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정당한 권리이지만 직장 상사 눈치를 보느라 혹은 몰라서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근로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져야 근로기준법 실효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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