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에너지사용 제한 첫날, 동성로 상가

입력 2012-12-04 11:00:26

출입문 활짝… 난방기 펑펑, 실내온도 30도 후끈

'개문 난방' 영업 금지 등 정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가 시행된 3일 오후 대구 동성로의 한 가게에서 난방기를 가동한 상태에서 문을 개방한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에너지사용제한 조치 시행 첫날인 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영하 5℃의 추운 겨울 날씨였지만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는 상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활짝 열린 문 앞에서 두꺼운 점퍼에 긴 양말로 온몸을 감싼 채 제품 홍보를 하는 직원과 달리 상점 안 직원들은 얇은 옷과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상점 안에 설치된 3대의 난방기는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난방기가 가리키는 온도는 30도. 정부가 지정한 건강온도 20도보다 훨씬 높았다. 종업원 임모(32'여) 씨는 "문을 열고 난방기를 틀면 전기 낭비가 심한 것은 분명하지만 문을 닫으면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3일부터 에너지사용제한 조치에 따라 난방기를 가동한 채 출입문을 열고 영업하는 상점에게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다. 이는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친 후 다음 달 7일부터 2월 22일까지 시행된다.

정부의 일방적인 겨울 전력 단속에 상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에너지사용제한 조치 시행 첫 날이었지만 이를 아는 상인들은 별로 없었다. 이날 기자가 둘러본 10여 개의 상점 종업원들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행하며, 과태료는 얼마인지"를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겨울철 목도리, 장갑 등을 올려둔 진열대를 문밖에 둔 채 영업을 하는 상인 김모(59) 씨는 "전기절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문을 닫을 수도 없고 닫으면 장사를 접으라는 말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참여도는 높았다.

정부 조치에 따라 이날부터 모든 공공기관은 실내온도 18도를 유지해야 한다. 개인 전열기 사용도 금지된다.

이날 오후 대구 중구청 직원들은 저마다 외투를 모두 껴입은 채 일을 하고 있었다. 목도리로 꽁꽁 싸매고 무릎 담요를 어깨 위에 걸쳐보지만 건물 안에 느껴지는 냉기까지 덮진 못했다. 언 몸을 녹이기 위해 핫팩까지 동원한 직원도 있었다.

직원 허모(29'여) 씨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낮에는 그나마 추위를 견딜만하지만 아침 출근 시간에는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춥다"며 "내복을 입고 외투까지 껴입으면 몸이 둔해져서 불편하지만 추위를 이겨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정부 공문을 늦게 받아 홍보가 늦었다"며 "앞으로 홍보 활동을 벌이는 것과 함께 상인들의 협력을 이끌어 겨울철 전력 낭비를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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