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는…" 고교생에 '인문학' 가르치다

입력 2012-12-04 07:31:36

경상고 1,2학년 대상 시행

사진=
사진='인문학교실'에 참가한 경상고 학생들이 수업 후 쓴 글을 모아 펴낸 책 '고등학생의 눈으로 본 인간과 과학'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경상고 제공

대구 경상고등학교가 대학과 학술 교류 후 결과물을 책으로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인문학 교육에다 글쓰기 교육까지 병행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있는 시도라는 평가다.

경상고는 지난 5월 경북대 열린인문학센터와 협약을 맺고 11월까지 1'2학년 학생 6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방과후 시간과 여름방학 등을 활용, 총 22시간에 걸쳐 '인문학교실'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끈 김재홍 교사는 "기존 입시교육에 찌든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과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기획한 것"이라며 "창의성과 인성을 북돋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과목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교육을 해보자는 시도였다"고 했다.

인문학교실에선 문학과 역사'철학 등 인문학 특강 외에도 인문학 보고서 쓰기, 논리적 사고와 글쓰기, 과학적 사고와 글쓰기, 화법 능력 강화 수업 등이 진행됐다. 경북대 철학과 김석수 교수, 윤리교육학과 손철성 교수, 생명공학부 이재열 교수 등이 강의 후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후 경상고는 글쓰기 대회를 열었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글쓰기 주제는 인문계열 경우 '루소의 전체의지와 일반의지의 관계를 설명하고, 이를 근거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논하라', 자연계열은 '우리 생활 주변에 숨어 있는 여러가지 과학적 사실을 찾아 이것들이 우리가 사는 생활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써보라'는 것.

대회 수상작은 지난달 말 펴낸 '고등학생의 눈으로 본 인간과 과학'이라는 책에 담겼다. 이 책에는 인문과학적 글쓰기 분야 30편, 자연과학적 글쓰기 분야 33편 등 학생들이 쓴 글 63편이 수록됐다.

참가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쉽지 않은 주제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교수들의 강의가 재미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과학 원리로 풀어 본 생활 속 지혜'를 쓴 전승윤(1학년) 군은 "글쓰기 방법 뿐 아니라 과학 지식까지 넓힐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수업이나 과제에 좀 더 성실했더라면 더 많은 도움이 됐을 텐데라는 후회도 살짝 든다"고 했다.

허동균(2학년) 군은 '사회계약론을 통해 본 민주주의'라는 글을 적었다. 허 군은 "처음 수업을 들을 때 로크, 홉스 등 철학자 이야기가 계속 오가는 바람에 과연 내가 이 수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며 "평소 거의 읽어 볼 기회가 없는 철학책들을 읽어 보고 내 생각을 글로 쓰면서 논술에 자신감을 붙은 게 큰 소득"이라고 했다.

경상고는 앞으로도 인문학 교육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마련해갈 예정이다. 경상고 권희태 교장은 "삶의 의미를 반성하고 기존 지식 체계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해보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아직 미숙하지만 이 같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논리적 글쓰기 능력과 균형 있는 사고력을 갖춘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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