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애니팡'에 빠져든 것은 순전히 KTX 때문이다. 어린 나이도 아니고, 바쁘기도 하거니와, 점잖은 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애니팡' 따위에 빠질 턱이 있을까? 그러나 한 번 빠지고 나니 장난이 아니었다. 화장실 벽의 타일까지 물풍선으로 생각하고 밀어 터뜨리는 상상에 빠질 정도이니 '애니팡 금단현상'이란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출장길에 KTX만 타면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뭔가에 열중하는 모습에 처음에는 으레 '문자'나 '카카오톡'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액정 화면에 동글동글한 동물의 머리가 팡팡 터지는 모습을 보고, '아, 저게 게임의 일종이구나!'라고 깨달았다. 무료했던 그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즉시 '앱'을 다운받아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 방법은 단순하고 무식했다. 한 번에 걸리는 시간도 짧다. 간단하고 빨리 끝나니까 중독성이 그렇게 강한 것 같진 않았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하트'가 필요하다. 주어진 하트가 떨어지니, 오랫동안 소식도 없던 지인(知人)들이 여기저기 '하트'를 보내왔다. 그래도 '하트'는 금세 없어진다. '하트'가 생성되는 시간을 못 기다리고 9.99달러를 주고 100개를 구입한다. 점수가 점점 높아진다. 카카오톡에선 친구들과 점수를 비교해준다. 마침내 순위가 바뀌면 그 친구에게 보란 듯이 자랑한다. 이렇게 그는 '애니팡'의 마력(魔力)에 빠져들고 말았다.
'애니팡'은 벤처기업 '선데이토즈'가 만든 스마트폰용 게임이다. 지난 7월 30일 카카오톡의 '게임 플랫폼'을 통해 안드로이드 마켓에 출시됐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잠잠하더니, 점차 '재밌다, 쉽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운로드 1천만 건을 넘어섰다. 하루 사용자는 600만 명을 돌파했다. 동시 접속자 수는 무려 200만 명에 달했다. 덕분에 선데이토즈는 하루에만 억대의 매출을 올렸다.
이런 기록들은 과거 PC를 통한 온라인 게임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엄청난 숫자다. 오직 모바일 시장이기에 가능하다. '애니팡'은 이렇게 해서 명실상부한 '2012 국민 게임'이 되었다.
'애니팡'이 뜨자 또 다른 '팡류'인 '캔디팡'도 나왔다. 최근에는 '드래곤 플라이트'가 '애니팡'의 인기를 훨씬 능가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캐주얼 게임은 유행이 지나간 이후에도 꾸준한 이용자 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직은 후발 게임들이 '애니팡'의 이용자 충성도를 따라잡지는 못한 것 같다.
이달 26일에는 가수 동방신기가 신곡 발매를 기념, 모든 국내 '애니팡' 사용자에게 '하트'를 날렸다. 이미 동방신기는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애니팡'을 즐기는 사진을 올려,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다. 선데이토즈는 '카카오톡의 이용자들을 연결해주는 상징적인 매개체인 '하트'를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로부터 받는 이벤트를 계속 시도해 나가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 밖에도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글로벌 론칭과 함께 '애니팡'의 영어와 일본어 서비스도 시작한다는 후문(後聞)이다.
일전에는 어느 대선 주자가 '애니팡'을 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고,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과연 이처럼 열띤 '애니팡 문화'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미 우리는 오래전에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 시장의 급성장을 경험했다.
지금 우리는 모바일을 통한 게임 시장의 대폭발을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이동통신이 마련했고, SNS 매체들이 모바일 시대를 열었지만, 오늘날 진정한 '대박'의 역사는 게임 산업 분야에서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온라인 게임은 마니아층을 형성하여 몇 년씩 인기를 끌지만, 모바일 게임의 경우 그 단순함으로 인해 쉽게 인기를 얻는 반면 쉽게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로도 '애니팡'이나 '캔디팡' '드래곤 플라이트' 할 것 없이 불과 출시(出市) 3주 만에 인기가 꺾였다는 통계치가 나와 있다. 지켜볼 일이다.
노병수/달서구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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