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면 당기는 길거리 음식] 호떡과 붕어빵

입력 2012-11-29 14:06:16

녹차가루'옥수수가루…'흑설탕 색호떡' 맛 변신

길거리에서 절절 끓는 기름 위로 호떡이 휘휘 몸을 뒤집으며 익어간다. 두꺼운 종이로 살짝 집어 흑설탕이 흘러내릴까 호호 불며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문다. 맛이 기가 막힌다. 그러나 타닥타닥 장작이 타들어가는 드럼통 앞에서 호~호~ 불어먹는 샛노란 군고구마를 굽던 털모자를 눌러쓴 군고구마 장수는 사라지고 있다.

◆꿀떡꿀떡 넘어가는 호떡

겨울철 길거리 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호떡. 단돈 500원(700~1천원 하는 곳도 있다)으로 사먹을 수 있는 서민의 간식인 호떡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호떡의 기본인 '흰 반죽+계피맛 나는 흑설탕' 공식은 이미 구형이다. 예전엔 흐르는 흑설탕을 핥아먹었지만, 요즘엔 흑설탕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밀가루를 첨가하거나 땅콩 등을 갈아 넣어 점성을 높인 게 유행이다.

색깔 있는 호떡도 나왔다. 녹차가루를 넣어 반죽해 색깔이 녹색인 녹차호떡. 옥수수 가루를 넣어 빵반죽 같은 옥수수호떡 등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호떡은 TV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이승기가 먹었다 해서 일명 '이승기 호떡'으로 불리는 '씨앗 호떡'이다.

씨앗 호떡은 이름 그대로 호떡을 구워 가운데를 가르고 그 안에 해바라기씨와 호박씨, 땅콩 등을 넣어 먹는 호떡이다. 호떡을 먼저 익히고 마지막에 씨앗을 넣기 때문에 덜 느끼하고 한결 고소하다. 게다가 씨앗이 설탕과 버무려져 있어 정통 꿀호떡의 달콤함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가격 1천원. 서문시장 동산상가 주변에 가면 맛볼 수 있다.

서문시장을 올 때마다 사 먹는다는 이순영(45'여) 씨는 "갓 만들어서 혀 천장이 데어버릴 정도로 뜨거우면서도 기름에 구웠는데도 전혀 기름지지 않고 부드러움과 쫄깃함, 고소함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떡"이라고 말했다.

◆붕어빵

붕어빵도 변신을 하고 있다. 붕어빵 이전에는 '풀빵'이라고 부르던 국화빵이 있었다.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절, 밀가루를 묽게 풀처럼 반죽해 구운 빵이라 해서 풀빵이라 불렀다. 같은 반죽으로 붕어 모양의 틀에 맞춰 만든 것이 붕어빵이다.

요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잉어빵은 기존의 붕어빵보다 길고 날씬해졌다. 붕어빵은 마가린을 쓰기 때문에 포근한 식감을 준다면 잉어빵은 반죽에 식용유를 첨가하기 때문에 굽는다기보다 튀겨져,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팥 외에 슈크림과 고구마, 피자, 야채 등의 소를 넣은 붕어빵도 생겨나고 있다.

◆군고구마 장수가 사라진 까닭은

겨울의 향수를 자극했던 군고구마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한철 장사'를 하던 학생들이 없어지고, 고구마 가격이 폭등하면서 군고구마를 파는 이도, 사는 이도 크게 줄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겨울이 오면 시내 곳곳에 군고구마 냄새가 오가는 이들의 후각을 자극했지만 지금은 찾기조차 어려워졌다.

이와 함께 겨울철 버스정류장이나 아파트단지 입구 등지에 풍경화의 한 장면처럼 자리하고 있던 군고구마 장수들도 사라지고 있다. 세월 따라 군것질 입맛이 달라진 데다 집에서 고구마를 구워먹을 수 있는 직화냄비는 군고구마 장사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군고구마 장사가 드는 품에 비해 마진이 갈수록 적어지면서 10~30대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에서 손을 떼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붕어빵 장수 K(58) 씨는 "과거에는 군밤이나 군고구마가 아이들의 간식거리였지만 지금은 피자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가 아이들의 입맛을 대신하고 있다"며 "고구마값이 너무 올라 남는 장사가 아니어서 붕어빵이나 다른 군것질거리도 함께 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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