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팔공산] <상> 대구시-경북도 따로따로 관리

입력 2012-11-29 10:15:37

하루 4만여명에 밟혀…나무 뿌리 드러나고, 등산로 무너지고

팔공산 종주 등산로 중 톱날바위 북쪽 등산로는 폭이 좁은데다 훼손이 심해 데크 설치 등 복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창환기자
팔공산 종주 등산로 중 톱날바위 북쪽 등산로는 폭이 좁은데다 훼손이 심해 데크 설치 등 복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창환기자
공식 등산로 외에 비공식 등산로가 무수히 많아 생태계 파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창환기자
공식 등산로 외에 비공식 등산로가 무수히 많아 생태계 파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창환기자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별도로 팔공산을 관리하면서 등산로 복구나 지도제작, 지명 표기 등에서 불협화음을 내고있다. 이 때문에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나홀로 등산로'

팔공산을 찾는 등산객은 연간 1천500만 명. 팔공산의 공식 등산로는 19개. 하루 평균 4만3천여 명의 등산객들은 공식 등산로뿐만 아니라 비공식 등산로를 적잖게 이용한다. 실제 비공식 등산로까지 합치면 등산로 숫자를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비공식 등산로가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팔공산의 가치를 훼손시켜 자칫 '동네 산'으로 위상을 추락시킬 우려도 있다는 것.

28일 오전 10시쯤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에서 동봉으로 이어지는 탑골 등산로. 등산로 폭이 작지 않다. 등산로를 따라 세워진 이정표와 표지목이 등산객들에게 길을 안내했다.

조난을 당했을 때 표지목에 적힌 '현위치번호'를 알려주면 해당 지역으로 헬기를 급파하거나 구조 인력이 곧바로 투입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동안 공식 등산로가 아닌 등산로와 맞닿은 수십 개의 샛길이 눈에 띄었다. 등산로가 능선을 따라 만들어지면서 이 능선과 곧바로 통할 수 있는 비공식 등산로를 수없이 만든 탓이다. 팔공산 마니아일수록 자신만의 등산로를 만든다는 것.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 손길 등산로 담당은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자신만의 등산로를 만드는 등산객들도 적지 않다"며 "팔공산을 자주 찾는 등산객일수록 더 많이 만든다"고 했다.

이 같은 나홀로 등산로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닿으면서 낙엽으로 푹신하던 길이 패고, 비가 내리면 물길 역할을 하면서 토사가 유출된다. 나무뿌리 등이 드러나 동식물의 생식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구등산학교 장병호 교장은 "수없이 많은 나홀로 등산로는 팔공산 남면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며 "비공식 등산로 폐쇄가 팔공산을 위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훼손된 등산로 복원도 시급

같은 날 오후 2시쯤 팔공산 톱날능선(파계봉과 동봉 가운데쯤 있는 2.6㎞ 구간)의 톱날바위 북쪽 뒷길 1㎞ 구간. 팔공산 종주 등산로 중 산행하기 가장 힘든 구간으로 꼽힌다. 남쪽에 있는 톱날바위가 능선을 따라 우뚝 자리 잡은 탓에 뒷길은 1년 내내 햇볕이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등산로의 폭이 좁은 데다 등산객들이 질퍽질퍽한 땅을 밟고 지나가면서 나무는 뿌리를 드러내고, 곳곳에 훼손된 흔적이 뚜렷했다.

비나 눈이 내리고 나서 땅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등산객이 몰리면서 토사가 유출되고 나무뿌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한티재 방향으로 등산로 끝자락은 2m가량의 바위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등산객들의 안전을 지켜줄 밧줄조차 없다. 발을 헛디디면 아래로 추락할 위험도 없지 않다.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 손길 등산로 담당은 "겨울에는 아이젠 없이는 다닐 수 없고 여름에도 비가 조금만 와도 땅이 질퍽해진다"며 "등산객들의 데크 설치 요구가 많다"고 했다.

취재 중 만난 한 등산객은 "소백산이나 태백산 등 국립공원은 등산로가 조금만 훼손돼도 나무 데크를 설치한다. 이곳도 데크를 설치해 훼손된 등산로를 복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등산객은 "요즘은 군립공원에도 산행하기 어려운 구간에 데크 설치를 해 등산객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는데 도립공원인 팔공산에 대한 투자가 너무 인색하다"고 불평을 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이 같은 등산객들의 요구 사항을 알지만 대책 마련은 쉽지 않다. 이 구간은 행정적으로는 경북 군위군 부계면 동산리다. 그러나 등산객 대부분은 대구시민이다.

대구시는 행정구역상 경북지역이기 때문에 예산을 투입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고, 경북도는 이용객들 대부분이 대구시민이라는 점을 들어 데크 설치에 소극적이다.

게다가 군위군은 등산로 관리는 경북도 소관이라는 이유로 무관심하다. 지자체끼리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사이 이 구간은 점점 훼손이 심해지고 있다. 한 등산객은 "관리 주체가 제각각이다 보니까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통일된 관리 주체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명도 제각각

대구시와 경북도는 등산객과 관광객을 상대로 한 팔공산 지도를 별도로 제작한다. 팔공산 곳곳에 설치된 안내사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팔공산의 지명도 두 지도가 제각각으로 기재돼 있어 등산객은 혼란스럽다.

종주 등산로에 있는 파계봉의 경우 대구지도에는 '파계봉'으로, 경북지도에는 '물불산'(파계봉)으로 기재돼 있다. 또 서봉과 동봉 사이에 위치한 고개를 대구지도는 '오도재'로, 경북지도에는 '느지미재'(오도재)로 등재돼 있다. 병풍바위 인근 고개의 경우 대구지도는 '신령재'(도마재)로, 경북지도는 '도마재'(신녕재)로 제각각이다.

또 느패재 인근 봉우리를 대구지도에 '은해봉'으로 표기한 데 비해 경북지도는 '인봉'으로 기재했다. 더욱이 대구지도에는 북지장사 인근에 별도로 '인봉'을 소개하고 있다.

절의 이름도 제각각이다. 같은 절인데도 대구지도는 '용덕암'으로, 경북지도는 '용덕사'로 썼다. 또 대구지도는 '원효암'으로, 경북지도는 '원효사'로 돼 있다.

등산로의 거리도 다르다. 수도사~진불암까지 대구지도는 3.2㎞로 측정돼 있지만 경북지도는 2.6㎞로 나타나 있다.

이 때문에 등산객들은 두 지도에서 상당한 헷갈린다. 팔공산연구회 서태숙 사무국장은 "산은 지명의 통일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구시와 경북도가 머리를 맞대고 지명을 새로 만드는 작업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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