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업계 잘나갈때 '스피드 업'…"지속성장 기회"

입력 2012-11-27 11:07:38

유비무환 공격 경영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위기에 대비해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대구 공장을 매각하고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캐프의 상주 공장(사진 위)과 성진포머가 사업확장을 위해 지난달 인수한 KTV글로벌 공장 모습. 매일신문 DB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위기에 대비해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대구 공장을 매각하고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캐프의 상주 공장(사진 위)과 성진포머가 사업확장을 위해 지난달 인수한 KTV글로벌 공장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경북지역 자동차 부품업계가 위기 상황을 대비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품업계는 국내외 경기불황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위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전기차와 그린카 등 신사업을 발굴하거나 신규 투자와 사업 확장 등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투자금 확보로 공장 확장

세계 3위 자동차 와이퍼 생산 업체인 ㈜캐프는 최근 신사업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회사는 앞으로 지능형, 그린 전기차 핵심 부품 제조와 조립라인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Auto-IT 사업을 와이퍼 사업군과 함께 핵심 사업으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차세대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5조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정했다.

실제 캐프는 최근 정부 주관 기술혁신 연구개발 과제 2건을 잇따라 따내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50억원을 투입해 연구개발에 착수한다. 회사는 그린 전기자동차 차량부품 개발 사업의 주요 핵심 기술인 '통합주행 제어시스템 개발'과 지능형자동차 상용화 연구개발 구축사업인 '영상정보 합성 및 인식시스템 개발'을 정부로부터 따내 각각 35억원, 27억원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캐프 고병헌 회장은 "이미 3년 전부터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차량 전장 및 전기차 분야의 기술개발 연구에 들어갔다"며 "그린 전기차 완성차 조립생산을 목표로 대대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캐프는 이를 위해 최근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공장을 매각, 상주와 문경 공장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체제로 변경했다. 회사 관계자는 "와이퍼 사업 역량 집중과 생산 시설의 효율화, 미래 사업을 위한 자금 확보 등의 이유로 대구공장을 정리하고 상주와 문경공장으로 설비를 이전했다"며 "본사와 R&D, 디자인 센터 등 핵심기능은 대구 북구에 마련한 사무실에 남겨둔다"고 말했다.

캐프 대구공장은 달성산업단지 내 한 중소 자동차부품회사가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6천600㎡(2천 평) 공장 부지는 70여억원에 팔렸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수출이 작년 대비 20%가량 떨어지고 갑작스러운 환율 하락으로 피해가 생겼다"며 "단기로 빌린 자금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겹쳐 공장을 매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캐프가 신사업 진출을 위해 공장을 매각한 것과 달리 자동차 ABS브레이크 밸브 등을 생산하는 성진포머는 지난달 19일 인근의 KTV글로벌 공장을 인수, 제2공장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3년간 250억원을 투자해 생산설비를 갖춘다. 회사 관계자는 "주문이 늘어날 때 투자를 해두면 회수가 오히려 더 쉬울 수도 있다"며 "또 이를 통해 신사업 진출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 인수 및 합병

해외 기업과의 합작 또는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평화홀딩스㈜와 일본 NOK㈜는 지난 9월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영천첨단부품소재산업지구에 6천100만달러를 투자, 2014년부터 자동차엔진 관련 부품을 양산하는 합작공장을 설립한다.

경북도는 이번 투자유치로 300여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2천109억원의 생산유발효과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보모터스는 최근 매출 5천억원대 자동차부품 업체 '프라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사업 확장에 청신호를 켰다. 자동차용 범퍼 및 기타 부품 금형을 개발, 제작하는 프라코는 매년 성장 중인 알짜 회사다. 삼보모터스 이재하 대표는 "글로벌 재정 위기에도 국산 자동차가 선전하고 있지만 미래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수개월 전부터 사업 확장과 새 시장 개척을 고려해왔다"며 "기회가 왔을 때 투자를 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동차부품업계가 신규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에 따르면 지역 내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는 총 1천174개(대구 627개, 경북 547개)로 고용인원은 약 5만9천 명이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총 매출액 가운데 자동차부품으로 인해 발생한 매출액은 총 21조5천443억원으로 기업당 평균 약 191억원을 벌어들였다. 해외 수출의 경우 183개 기업이 지난해 2조8천718억원을 달성했다.

자동차부품진흥재단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의 판매 호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자동차부품업계는 안정적인 성장 속에 위기 상황을 대비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전기차와 그린카 등 차세대 자동차 분야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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