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농업의 미래를 찾아서] <7>생명산업이 블루오션이다

입력 2012-11-26 16:02:58

2020년 로열티만 7천900억 유출…곤충·종자 '신품종' 개발 준비

예천 상리면 고항리 예천곤충연구소는 꿀벌을 육종해 보급하기 위해 2015년까지 3천만원을 투자한다.
예천 상리면 고항리 예천곤충연구소는 꿀벌을 육종해 보급하기 위해 2015년까지 3천만원을 투자한다.
양잠은 섬유산업에서 각종 기능성 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오산업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누에고치로 만든 공예품의 모습. 경북잠사곤충사업장 제공
양잠은 섬유산업에서 각종 기능성 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오산업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누에고치로 만든 공예품의 모습. 경북잠사곤충사업장 제공
경북농업기술원이 육종한 딸기
경북농업기술원이 육종한 딸기 '싼타'가 중국과 일본에 진출하게 됐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예천곤충연구소는 애완용 곤충을 전시하고 있다. 장수풍뎅이의 모습.
예천곤충연구소는 애완용 곤충을 전시하고 있다. 장수풍뎅이의 모습.

생명산업은 미래 농업의 기반이자 다음 세대의 성장 산업이다. 생명산업은 동'식물과 미생물 등 생명자원을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한다. 특히 열매를 맺는 데 핵심 역할하는 벌과 농작물의 씨앗을 생산하는 종자는 부가가치를 높일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업의 근간, 곤충

예천군 상리면 고항리 예천곤충연구소는 국내 곤충산업의 전초기지다. 1998년 농업기술센터 산업곤충연구소로 첫발을 내디뎠고, 2009년 6월 꿀벌육종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올 3월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선정하는 '호박벌 특화센터'로 지정되기도 했다.

곤충연구소는 현재 산업곤충을 주로 연구, 생산한다. 특히 2003년에는 국내 최초로 호박벌(서양뒤영벌) 증식에 성공해 전국의 시설채소와 과수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곤충연구소는 지난해 600여 농가 550㏊에 호박벌 3천여 통을 보급한데 이어 올해는 호박벌 4천 통, 800㏊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6만원에 판매되는 호박벌 한 통에는 여왕벌 1마리와 일벌 100~400마리가 있다. 한 통의 방사면적은 완숙토마토 1천~2천㎡, 방울토마토와 애호박은 700~1천400㎡다. 과수는 1㏊당 6통이 필요하다. 벌은 농업에서 없어선 안 될 꽃가루 매개 곤충이다. 예천곤충연구소 최경 연구사는 "호박벌은 집으로 돌아오는 본능이 강해 군집생활을 잘하고, 가슴근육을 이용해 암술과 수술이 만나게 해 열매를 잘 맺게 한다"며 "특히 혀가 길어서 다른 곤충들이 수분을 할 수 없는 토마토 등 시설재배 하우스에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호박벌 외에도 머리뿔가위벌을 야외에서 인공 증식해 과수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활동성이 뛰어난 이 벌은 사과꽃을 찾아 열매를 맺게 한다. 지난해에는 머리뿔가위벌 20만 마리를 100여 농가, 100㏊에 분양했다. 호박벌을 쓸 경우 1㏊당 300만원의 소득이 증가하고, 머리뿔가위벌은 260만원이 늘어난다. 곤충연구소는 2015년까지 직접 육종한 우수한 벌 품종 2개를 과수 농가 10곳에 보급해 과실 생산량 증가 등 경제성을 분석하는 시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또 한 마리당 20만~30만원하는 여왕벌을 연간 2천여 마리씩 생산할 계획이다.

◆종자가 돈이다

세계 종자 시장은 다국적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인 ETC 그룹에 따르면 세계 10대 다국적기업의 종자 시장 점유율은 1996년 14%에서 2007년 67%로 늘었다. 2007년 기준으로 매출액은 미국의 몬산토가 49억6천400만달러(23%)로 1위였고, 미국의 듀폰이 33억3천달러(15%), 스위스의 신젠타가 20억1천800억달러(9%) 등이었다.

다국적기업의 득세는 로열티 및 종자 구입비 증가로 돌아오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흥농종묘'청원종묘'서울종묘'중앙종묘 등 국내 대표적인 종묘 기업들도 다국적기업으로 넘어갔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해외 종자업체에 지급하는 로열티 의무 발생 품목은 1998년 27개에서 10년 만에 9배에 가까운 223개로 늘었다. 특히 올해부터 품종권리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면서 로열티 지급 의무 품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20년에는 수입대체 품목 9개(돼지'닭'양배추'토마토'양파'감귤'백합'김'버섯)에서 7천900억원이 로열티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로열티와 종자 구입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품종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이하 농기원)이 자체 육성한 딸기 '싼타'는 내년 중국과 일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농기원은 이달 1일 중국 북경에서 육종회사인 유로세밀러스와 싼타 판매권 계약을 맺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로열티를 받으며 딸기 품종을 수출하게 된 것. 농기원은 중국과 일본에 싼타를 육묘'판매할 수 있는 '전용실시권'을 제공하고 로열티의 50%를 받는다. 농기원은 2001년부터 10년 동안 장미 34개, 국화 16개, 고추 15개, 옥수수 7개, 호박 3개, 복숭아 3개, 딸기 2개, 참깨 2개 등 모두 108개 품종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2010년 한 해 동안 5천794만원의 국내 로열티 수익을 올렸다. 특히 수입 종자 대체 효과를 거두며 농가들이 21억원에 달하는 혜택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생명산업의 미래

생명산업의 전망은 밝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곤충산업 시장 규모가 2009년 1천570억원에서 2015년 2천98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중 화분매개곤충이 같은 기간 540억원에서 88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는 2010년 곤충산업 중 유망한 분야를 특화, 육성할 지방자치단체 3곳을 선정했다. 무당벌레 등 천적 분야는 경기도, 화분매개곤충 분야는 경북도, 간기능 치료 효과로 관심을 모으는 굼벵이 등 식의약 소재는 경남도로 특화했다. 2014년까지 각 50억원씩 투입해 곤충자원 조사와 전문인력 양성, 기업'학계와 연계한 연구 개발을 지원한다.

세계 각국은 종자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2002년부터 '국가생명자원사업'(NBRP)을 추진 중이다. EU(유럽연합)는 2006년 제7차 연구개발 기본계획(FP7)의 4대 중점 분야 중 하나로 '유전자원 인프라 확충과 공동 활용'을 선정했다. 미국은 국립연구자원센터를 앞세워 세계 유전자원을 확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산림청은 2021년까지 3천985억원을 투자하는 '골든 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수출과 수입 대체용 종자를 개발해 국내 종자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가의 로열티 부담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출전략 품목 10개와 수입대체 품목 9개에 집중 투자해 2020년까지 종자 수출 2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북도도 종자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경북도는 종자 산업을 미래 고부가가치 5대 생명산업 가운데 하나로 채택한 '경북 농어업 뉴비전 생명산업 프로젝트' 기본구상을 발표했다. 수입대체 핵심종자를 개발하고 권역별로 특화된 종자 산업을 육성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생명산업은 농업 생산은 물론 기능성 식품, 각종 치료제 등 의학'바이오 산업의 밑바탕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유통연구부 박기환 연구위원은 "신품종 개발은 길게는 10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장기 계획이 필요하고 정부와 민간기업의 역할도 적절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정부는 세계 각지의 생명자원 정보를 모아 첨단시설을 통해 품종을 육성하고 민간은 이를 재배'판매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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