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가슴 5~8㎝ 절개…6일만에 퇴원해 활동
이충진(가명'43) 씨는 20년간 심장질환을 앓아왔다. 20년 전 군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받던 중 우연히 '심방세동' 증세가 발견됐다. 이후 개인의원에서 수년간 약물치료를 받다가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해 치료를 중단했다.
심장은 좌'우 2개의 심방과 심실로 구성돼 있다. 혈액은 심장의 규칙적인 수축과 확장으로 심방에서 심실로, 심실에서 폐나 온몸으로 이동하는 것이 정상. 하지만 심방세동은 심방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고 심방의 여러 부위가 무질서하게 뛰면서 분당 400~600차례 매우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불규칙한 맥박을 이루는 부정맥(불규칙한 맥박) 질환의 일종이다.
◆심장 수술 후 6일 만에 퇴원
이 씨는 평소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었지만 힘든 일을 할 때면 호흡이 가빠오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을 심하게 받았다. 병원을 찾기 한 달 전쯤부터는 평상시에도 호흡곤란을 느꼈다. 결국 대학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심한 '승모판막 폐쇄부전'(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승모판막이 잘 닫히지 않아 피가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거꾸로 흐르는 것)과 심방세동으로 진단을 받았다. 약물치료를 했지만 증상이 악화돼 심장수술을 권유받고 입원하게 됐다.
이 씨는 수술 상처가 작고, 후유증이 거의 없으며, 빠른 일상생활 복귀가 필요해 최소절개법하 심장판막수술을 권유받았다. 이 씨는 수술로 손상된 승모판막을 성형했고, 뇌경색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심방세동도 함께 수술했다. 수술 후 6일 만에 퇴원했고 2주 만에 직장에 복귀했다. 3개월 이후부터 약물 없이 지내며, 매년 두 차례 정기 검진을 받고 있다.
심장판막질환 수술의 가장 보편적 접근법은 흉골 정중절개술이다.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운 자세에서 목 아래부터 명치 부위까지 절개하는 수술이다. 가슴 한가운데에 있는 세로로 길고 납작한 뼈인 흉골을 전기톱으로 절단해 갈비뼈(늑골)를 양옆으로 벌린 뒤 수술 부위로 접근하는 절개법. 이러한 흉골 정중절개술은 훌륭한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술의 상처가 크고(20~25㎝), 수술 후 흉골 치유와 관련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지연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소절개하에 심장판막질환 수술이 시도됐다. 최소절개는 수술 상처를 그만큼 작게 한다는 뜻. 오른쪽 가슴 부위를 5~8㎝만 절개하기 때문에 흉골 절개 시보다 훨씬 상처가 작다.
◆오른쪽 가슴 일부만 절개해 수술
최근에는 흉강경 및 수술용 로봇 등의 새로운 장비의 발달과 함께 수술기법의 향상으로 최소절개법을 이용한 수술이 가능해지면서 환자의 빠른 회복, 입원기간의 단축, 수술 후 통증 감소, 우수한 미용효과 등의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최소절개법을 이용한 승모판막이나 삼첨판막(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에 있는 판막) 수술은 흉골 절개를 피해서 오른쪽 앞가슴 개흉술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흉부외과 최세영 교수는 "이러한 접근법은 흉강경 장비의 발달과 말초혈관을 이용한 체외순환법이 개발되면서 보편화됐다"며 "모든 판막 수술이 최소절개법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흉강경은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긴 막대모양의 장비. 수술 시 갈비뼈 사이에 작은 구멍을 뚫은 뒤 그 안으로 흉강경을 집어넣어 모니터를 통해 수술의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심장 절개와 판막 수술을 할 수 있다.
심장이 뛰고 있으면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장을 멈춘 상태에서 피를 바깥으로 빼내 순환시키는 체외순환법이 필요하다. 흉골을 절개해서 수술하면 심장과 이어진 동맥과 정맥에 바로 구멍을 뚫어 피를 체외순환기로 연결할 수 있다.
최소절개를 하면 가슴을 열어 심장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정맥과 대퇴동맥을 통해 체외순환을 하게 된다. 심장과 바로 연결하지 않고도 체외순환이 가능해지면서 최소절개술도 가능해졌다. 최세영 교수는 1990년대 후반 오른쪽 개흉술을 통한 승모판막질환 수술을 했고, 최근 오른쪽 앞가슴 절개를 통한 승모판막질환 수술을 하고 있다.
◆환자 따라 적용 여부 꼼꼼히 따져야
동산병원 흉부외과는 1997년 4월부터 1998년 9월까지 판막질환 때문에 심장수술을 받았던 환자 20명을 분석했다. 10명은 최소절개술로, 10명은 흉골 정중절개술로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 시 체외순환 시간은 최소절개술 환자의 평균이 117.5분으로 흉골절개술의 90.4분보다 길었다. 하지만 수술 후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은 시간은 최소절개가 8.3시간으로 흉골절개의 26.3시간보다 훨씬 짧았다. 그만큼 환자 스스로 호흡이 가능한 시간이 앞당겨졌고, 회복도 빠를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중환자실에 머문 기간도 최소절개는 1.5일, 흉골절개는 3.5일로 차이가 났다. 입원 기간 역시 6일과 12일로 두 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수술 후 주입된 혈액량은 최소절개가 1.7유닛, 흉골절개가 3.5유닛이었다.
최세영 교수는 "최소절개법으로 판막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회복, 일상생활의 복귀가 흉골절개술을 받은 환자보다 훨씬 빨리 이뤄져 수술 비용이 절감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용효과도 우수하다"며 "아직 최소절개를 적용하는 병원이 많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 최소절개술을 이용한 판막질환수술의 적용범위가 점차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소절개술도 한계와 단점이 있다. 판막질환이나 비교적 간단한 선천성 심장질환의 수술에 주로 이용된다. 아울러 수술 시야가 제한된다는 점도 가장 큰 문제점이다. 내시경 이용에 능숙하지 않은 경우 오히려 흉골절개술보다 어려울 수 있다. 갑작스런 출혈이 발생했을 때 즉각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최세영 교수는 "최소절개술을 적용하는 경우, 환자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어느 수술법이 좋을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했다.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흉부외과
최세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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