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표 얻으려 대중교통 수단 인정 본회의 통과땐 전면 운행중단 위기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정작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시민들이었다.
저렴하고 근접성이 좋은 교통수단인 버스가 전면 운행 중단에 들어가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을 볼모로 정치권과 버스업계'택시업계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버스업계는 개정안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 23일 국회 본회의 결과에 따라 무기한 운행 중단 카드를 빼들 것이라 공언한 상태다. 업계 간 싸움에 불을 지핀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시민들만 골탕먹기 일보 직전이다.
버스업계에 대한 비난은 공공재적 성격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1조원 이상을 버스업계에 지원하고 있다. 승객이 적은 노선이라도 손해를 감수하고 운행하는 등 준공영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버스업계가 전면 운행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시민 비난 여론이 촉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도 비난을 면키 어렵다.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자는 법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17'18대 국회 때 각각 3건과 6건의 의원 입법안이 제안됐다가 모두 폐기됐다. 19대 국회 들어서도 끊이지 않았다. 모두 정부가 여력이 없다며 극구 말렸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국회에 본회의 상정 보류를 요청했을 정도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정부는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는 법률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고 이해관계인 간 대립이 있어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대선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주요 후보 3명도 택시업계를 만나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해 달라는 요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버스 운행 중단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다. 국회의원들 역시 대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재정지원 근거만 넣어두자는 차원에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략적 판단에 따른 개정안 통과라는 것이다.
시민 불안과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전면 운행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여차하면 운행 중단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버스를 매일 이용한다는 대학생 권유리(22'여) 씨는 "버스 파업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버스 이외의 교통수단으로 당장 먼 거리를 이동하려면 막막해진다"며 "자가용도 없는 시민들은 결국 약자들인데 정치권이 택시업계의 표를 더 확보하려고 이렇게까지 한다니 기가 찬다"라고 했다.
개정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직후 버스 운행 전면 중단 계획이 실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시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 '정치권의 치졸한 표 계산에 서민만 골탕'이라는 내용의 네티즌 글로 도배되다시피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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