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노무직이라도…" "나이 많아서 안돼요"
중견기업에 다니는 도모(54) 씨. 내년 초 정년퇴직하는 그는 요즘 재취업 자리를 찾고 있다. 도 씨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 일을 더 할 수 있고 일할 의욕도 넘치는데 퇴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퇴직 후 5년이 가장 문제다. 국민연금을 수령하려면 5년 더 기다려야 하는데 5년간의 소득 공백을 메우려면 재취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전문인력 종합고용지원센터가 지난해 전국 베이비부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퇴직 후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직장 재취업'을 꼽은 응답자가 48.8%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자영업 또는 창업'(20.6%), '연금'퇴직금'보험금으로 생활'(14.1%), '부동산 처분' (6.9%) 등의 순이었다.
◆재취업 문은 바늘구멍
베이비부머가 재취업 문턱을 넘기란 쉽지 않다.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많은 반면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재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퇴직한 김모(56) 씨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10여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힘들다. 구인정보를 찾아보고 눈높이를 낮춰 지원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큰 기대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다 올 초 퇴직한 손모(58) 씨는 두 달 전부터 택시를 몰고 있다. 지인들을 통해 이리저리 재취업 자리를 알아봤지만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일이었다. 손 씨는 "전문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몸으로 때우는 일 외에는 할 것이 없다. 그나마 나이 든 사람도 할 수 있는 것이 택시운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씨는 택시운전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을 생각이다. 그는 "지리에 어두워 손님들과 다투는 일이 잦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일도 서툴러 하루 13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아야 겨우 회사 납입금을 맞출 만큼 수입도 형편없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의 재취업 성공률은 매우 낮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구직활동을 한 7천781명 중에서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35.1%인 2천732명에 불과했다. 재취업에 성공해도 일자리의 질은 보장되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재취업자의 종사 직종은 단순노무, 서비스, 장치'기계조작 등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또 재취업 후 베이비부머의 직종 변화를 조사한 결과, 사무종사자는 26%에서 3.8%로 떨어진 반면 단순노무 종사자는 7.5%에서 26.1%로 높아졌다.
◆너도나도 자영업으로
무역업체에 근무하다 퇴사한 김모(52) 씨는 최근 한 아르바이트 업체에 자신의 이력서를 등록했다. 희망 직종은 사무보조, 주차관리, 경비, 운전, 물류창고 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기재했다. 재취업 벽을 넘지 못한 베이비부머가 아르바이트로 눈을 돌리면서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르바이트 시장에 연령파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회원으로 가입한 50대 베이이부머는 7천291명으로 5년 전 같은 기간 가입자 967명에 비해 654% 늘어났다.
이 때문에 베이비부머들이 손쉽게 기대는 곳은 자영업이다. 출판 관련 업체에서 일하다 지난해 퇴사 한 신모(49) 씨는 퇴직금을 털어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인수했다. 그는 "아무리 일자리를 알아봐도 갈 만한 데가 없었다. 그래서 창업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부머들의 재취업 문이 막히면서 자영업 시장이 포화 상태를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3분기 569만2천 명에서 지난해 4분기 552만 명으로 감소한 뒤 올 1분기 567만8천 명, 2분기 583만7천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대구의 경우 자영업자 증가율이 전국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올 9월 자영업자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전년 동월 대비 대구의 자영업자 증가율은 11.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북(6.9%)과 강원(6.3%), 부산(4.0%) 등의 순이었으며 울산(-2.2%)과 인천(-1.0%), 서울(-0.7%) 등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대구경북지역 고용구조 변화'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구의 자영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만1천 명이 증가해 전국에서 경기도(7만4천 명) 다음으로 많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자영업자 경쟁 심화→사업 부진→폐업 증가→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