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농업의 미래를 찾아서] (6)또 하나의 산업, 농촌 관광②

입력 2012-11-21 07:19:21

기획 단계부터 주민 직접 참여…日 '자립형 관광마을'이 해답

일본 규슈 오이타현의 유후인은 휴양 온천 관광에 초점을 맞춰 여성과 개인,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조례를 제정해 상품 진열대가 통행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중소형 규모의 전통 숙박시설로 소박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유후인은 농업과 관광업이 공존하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한다.
일본 규슈 오이타현의 유후인은 휴양 온천 관광에 초점을 맞춰 여성과 개인,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조례를 제정해 상품 진열대가 통행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중소형 규모의 전통 숙박시설로 소박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유후인은 농업과 관광업이 공존하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한다.

'그린 투어리즘'은 일본의 농촌 관광이다. 일본 농촌들은 자연과 역사 등 지역의 장점을 살려 도시민들이 찾는 관광지로 재탄생했다. 거대 자본에 의한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환경과 소박함으로 차별화해 대표관광지가 됐고, 주민 스스로 연구회를 만들어 농촌과 도시를 잇는 가교를 만들었다. 일본 농촌 관광의 성공 사례를 통해 경북 농촌 관광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의 그린 투어리즘

일본 큐슈 오이타현 우스키시 노츠마치의 에토 토시히로(61) 씨는 지난해 정년 퇴직해 피망농사를 짓고 있다. 그의 집 거실 벽에는 농촌 관광으로 다녀간 사람들의 사진이 가득 걸려있다. 토시히로 씨는 "한 달에 많으면 서너 번 정도 관광객들이 민박을 하고 간다"고 했다. 자식은 커서 외지로 나가고 아내와 둘이 시간을 보내는 적적한 시골 생활에 관광객들의 방문은 그에게 큰 즐거움이다. 토시히로 씨는 "한국 초등학생들이 방문했을 때 한국 드라마에 대해 더듬더듬 주고받았던 대화가 아직도 기억난다"며 밝게 웃었다.

일본에서 도시민들이 농어촌에서 지내는 '그린 투어리즘'은 맑고 깨끗한 농촌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 체험교류를 즐기는 체류형 여가 활동이다. 큐슈 오이타현 북쪽의 아지무 마찌(町)는 그린 투어리즘의 고향이다. 14만7천178㎢의 면적에 8천여 명이 사는 크지 않은 농촌이다. 1994년 이곳에 사는 농민 8명은 '아지무 그린 투어리즘연구회'를 결성했다. 일본 농촌 여행이 태동하는 순간이었다. 그린 투어리즘을 꽃 피운 '농가 민박에 대한 기준 완화'는 아지무에서 처음 시작돼 전국으로 퍼졌다. 일본의 여관법은 숙박업의 대상을 호텔'여관에 한정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농가 민박이 불가능했다. 아지무는 농가 민박이 숙박업이 아니라 농촌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결국 오이타현은 아지무의 간이숙박업을 인정해 방 3개 이상의 규모면 민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곧 전국으로 확대됐다. 아지무도 1997년 '그린 투어리즘 추진협의회'를 만들어 이들을 지원했고, 2001년에는 일본 최초로 그린 투어리즘 추진 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2005년 아지무 마찌가 우사시에 합병된 이후 우사시 본청 내에 투어리즘 부서가 설치됐다.

◆소박함으로 성공한 유후인

일본 큐슈 오이타현의 중앙부에 있는 유후인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도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19.16㎢ 면적에 인구는 3만4천여 명이지만 매년 400만 명이 찾는 대표관광지로 한 해 관광수입이 1천800억 원에 달한다. 유후인의 매력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양질의 온천수를 기반으로 깨끗한 온천욕 시설을 갖춘 작은 규모의 여관과 민박집과 전통 형태의 거리와 가옥,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상점 등이 소박하게 어우러지는 정감있는 분위기다.

유후인은 환경을 잘 보존하면서 지역경제 성장을 달성한 성공 사례다. 공장 유치나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해 성장을 도모했던 지역들이 환경 훼손과 지역 공동체 파괴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데 반해 유후인은 휴양 온천 관광에 초점을 맞췄다. 단체 및 남성 관광객이 아니라 여성과 개인,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유치했고, 개발방식도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된 소규모 형태로 이뤄졌다.

유후인은 1952년 유후인 분지에 댐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청년단체를 중심으로 많은 주민들이 댐 건설에 반대했고, 댐 건설 계획은 중단됐다. 당시 반대운동의 지도자이자 청년단체 대표였던 이와오 히데가스는 1955년 유후인의 초대 단체장에 당선됐다. 그는 1974년까지 다섯 번 연임하면서 유후인을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되는 조용하고 소박한 관광지로 만들었다. 하지메 오가타 유후인온천여관조합 상무는 "현재 조합에 가입한 95개 여관 중 80%가 10개 방 전후의 중소형 여관일 정도로 작은 객실이 주는 정서적 편안함이 장점"이라며 "대기업이 들어오면 작은 상점들이 문을 닫게 돼 생활 기반이 잠식되고 소박함이라는 마을의 차별성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일본 농촌 관광의 성공요인

아지무의 그린 투어리즘과 유후인의 성공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들은 주민주도형 지역발전 전략을 펼쳤다. 지역발전 계획 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했고, 거대 자본의 투자방식 대신 지역의 자연과 문화 자원을 활용해 주민 소득을 창출하고 지역경제 성장을 이뤘다.

유후인의 경우 주민들이 나서서 경관 협정과 경관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1990년 '윤기 있는 마을 만들기 조례'를 제정했다. 보행자의 교통 안전성을 위해 도로 경계로부터 1m 이상 건축선을 후퇴한다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건물의 높이는 8m 이하여야 하고, 지붕의 형태는 경사지붕을 권장한다. 상품의 진열은 도로경계에서 0.5m 이내로 해야 하고, 조명도 전광게시판, 점멸조명 등 요란한 색채는 사용할 수 없다. 옥외광고물의 높이는 3m 이하가 원칙이다.

마케팅을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유후인은 깨끗한 자연과 문화를 지역대표 이미지로 잡고 이를 부각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열었다. 자연의 청정함을 알리기 위한 '반딧불이 채집 행사'와 지역의 경관자원인 목초지를 활용하고 도시와 농촌이 교류할 수 있도록 소 한 마리씩 사달라고 호소한 '소 한 마리 운동', '소고기 먹고 소리지르기 대회' 등을 열고 있다.

관광업과 농업 종사자들 사이의 소득 격차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가타 상무는 "쌀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관광업계와 함께 '쌀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 쌀을 생산하고 있다"며 "매년 10∼11월 여관에 묵는 손님에게 쌀을 선물하는 등 관광과 농업이 서로 돕고 공생할 수 있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이응진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일본 농촌 관광에서 배울 점은 농촌 주민이 자립해 농촌지역 활성화에 기여했고 자긍심을 주었다는 점"이라며 "일본은 주민 스스로 연구회를 구성해 숙박'레스토랑'작판장'관광농원'시민농원 등 교류형 농업을 일으켰다. 특히 농촌에 있는 자연'경관'농업'생활'역사'문화 등의 자원을 적극 활용해 차별화된 테마공간을 조성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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