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오늘 야근…" 페이스북 무심코 올린 글 한 줄이…

입력 2012-11-20 10:55:47

SNS 부작용도 만만찮아, 상사 "그리 힘드냐" 핀잔

회사원 이모(29'대구 북구 복현동) 씨는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하필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마지막회 방영 날에 야근을 시키면 어떡하라는 거냐'라는 글을 남겼다가 직장 상사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다음 날 직장 상사가 "야근이 힘들었나? 드라마 재방송 잘 챙겨보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날 하루 종일 직장 상사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이 씨는 "SNS에 직장 상사가 친구로 추가돼 있다는 사실을 잊고 글을 남겼다가 곤란을 겪었다"며 "직장 사람들과 함부로 SNS에서 친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SNS가 대중화되면서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SNS에 올렸던 글이 취업에 장애물이 될까 걱정하고, 직장인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계정을 두 개 만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한 취업 준비생이 모 대기업에 최종합격 직전 페이스북에 그 기업을 비판한 글이 인사담당자들에 의해 발견돼 결국 합격이 취소됐다'는 'SNS 괴담'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취업 준비생 권혁도(26'대구 수성구 수성동) 씨는 "기업들이 3~5년 전에 썼던 글까지 모조리 훑어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SNS에 어떤 글들이 떴는지 훑어보기만 하고 글을 쓰는 건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대기업 인사팀이 지원자들의 SNS를 다 뒤져볼 정도로 여력이 많지 않다"며 "간혹 참고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직장인들은 SNS를 통해 직장 상사나 보기 싫은 직장 동료가 친구 추가 또는 팔로잉을 요구할 때 가장 난감하다. 한 대기업 사원인 K(27) 씨는 "거래처 사람이 친구 추가를 요청하는 경우는 가급적 받지 않는다"며 "SNS는 사적인 공간인데 업무로 만난 관계가 사적인 공간까지 이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SNS에 실수로 올린 글이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직장인 J(28) 씨는 "오후 9시 이전에 회식을 끝내는 것이 회사 방침인데, 누군가가 오후 9시 이후 2차를 간 사진을 올린 걸 부사장님이 보는 바람에 부서 전체가 야단맞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SNS 계정을 두 개 만들어 하나는 회사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용도로, 또 하나는 자신의 사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 김지원(24) 씨는 "취업한 선배 중에 한동안 SNS에 어떤 글도 남기지 않다가 갑자기 새로운 계정으로 친구 추가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물어보면 다들 '사생활을 들키는 걸 원치 않아서'라고 답한다"고 했다.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최재용 원장은 "SNS가 개인의 의견을 자유로이 표현하도록 하는 기능도 있는 반면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스스로 검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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