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여론조사

입력 2012-11-20 07:02:46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민주당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알프레드 랜든이 뉴딜 정책을 두고 맞붙었다. 루스벨트는 대공황 극복을 위해 뉴딜정책을 주창했다. 랜든은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며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갤럽연구소가 첫 여론조사에 나섰다. 선거를 4개월 앞둔 7월이었다. 첫 조사에서 루스벨트와 랜든의 지지율은 49%대 44%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10월 마지막 조사에선 56대 44, 지지율 격차는 벌어지고 있었다. 갤럽은 루스벨트의 당선을 예견했다. 결과는 61%의 지지를 얻은 루스벨트의 한판승. 이후 대통령선거에서 여론조사는 필수가 됐다.

우리나라에선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가 처음 실시됐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바로 그 해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네 후보가 맞붙어 제각각 당선을 자신했다. 김대중 김영삼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결과는 오리무중인 상황. 당시 갤럽은 방문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태우 민정당 후보의 득표율을 35.3%로 예측했다. 노 후보는 실제 36.6%의 득표를 해 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법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론조사의 의미를 처음 알려준 선거였다.

선거를 읽는 방법 중 하나가 여론조사 추이를 살피는 것이다. 각 후보 진영으로서는 피가 마르겠지만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이만한 흥밋거리도 찾기 어렵다. 이번 대선만큼 여론조사가 국민적 관심을 끈 적도 별로 없다. 박근혜'문재인' 안철수 간의 다자 대결, 박'안, 박'문 간의 양자 대결의 결과가 하루가 다르게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 여론이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고 편차 또한 크다. 같은 기관의 조사가 며칠 사이에 요동을 치기도 한다. 조사과정이나 동기가 의심되는 여론조사도 쏟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이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3, 24일쯤 여론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는 현실정치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부실하게 이뤄지는 여론조사를 허투루 여길 수 없는 이유다. 문'안 두 후보가 어떤 잣대를 가지고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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