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동양고전] 순자(荀子)의 유학사상(2)

입력 2012-11-17 07:34:59

맹자는 종교적·순자는 논리적

순자의 사상이 현대와 가장 접합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 글의 논리와 사유의 틀(패러다임)이 현대인이 이해하기 힘든 중세적 사유방식을 벗어나 있고, 그의 멘토가 현대에도 적용 가능성이 비교적 많다는 실용성, 다양성 때문이다. 그는 왜 유가 전통에서 벗어났는가? '직하의 학'의 대세는 '도가사상'이었다.

순자가 보기에 도가사상은 자연주의에 매몰되어 인간의 주체적 노력을 등한히 하는 것으로 보였다. 도가사상이 유가의 지나친 인간주의와 예법주의, 형식주의에 반발하여 자연의 원시 그대로를 이상으로 여기고 인간 또한 그 섭리에 따르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도가사상은 지나치게 자연숭배 쪽으로 기울고 대세가 그렇게 흘러가는데 대하여 순자는 크게 염려했다.

이 점에서 순자는 유가사상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전국시대 말기 법가가 등장하여 진나라가 무력으로 천하를 통일했지만, 그 바탕에는 도가사상이 면면히 인기를 끌고 있었다.(그것이 한나라 초기의 '황노사상'으로까지 나아갔다).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지만, 그 명제 그대로 순자를 이해해서는 안 된다. 순자 역시 노력에 의해 인간이 착하게 될 '가능성'은 인정했다. 인간은 후천적으로 '교육'을 통해서 타고난 나쁜 기질을 교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했던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 맹자 '성선설'대로 하면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다 착한 사람이 되겠는가?

동양의 윤리적 명제는 우리로 하여금 선을 권유하는 종교적 잠언으로 봐야 한다. 순자의 글 중에 '성악편'(性惡篇)과 '권학편'(勸學篇)이 있는데, 이것이 후천적 교육(학습)을 강조한 논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선하게 되는 것은 노력 때문이다"(성악편), "쑥도 삼 밭에서 자라면 곧게 자란다"(권학편), "푸른색은 쪽에서 뽑아내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권학편), "성인도 배워서 이루었다"(성악편) 또 그의 글 중에 '천론편'(天論篇)이 있는데, '천인구분'의 관점이 잘 나타나 있다.

"하늘의 운행법칙에는 변함이 없다", "군자는 스스로를 믿고 하늘에 기대지 않는다", "사람에 의한 재앙(인재)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천명에 대비하면서 잘 이용해야 한다" 등 인간의 노력을 강조하는 순자에게 유가의 예(禮)는 매우 중요시된다. 여기에 강제력이 따르면 법이 된다. 순자의 제자 한비(韓非)는 법가사상을 체계화했고(오늘날 법치와 달리 왕권에 의한 전체주의 사상), 이사(李斯)는 진나라의 재상이 되어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 맹자의 글이 종교적이라면 순자의 글은 매우 정치사회적이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순자는 현대적 유가라 해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맹자보다 순자를 더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