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아빠의 "그 땐 그랬지"…『오팔년 개띠』

입력 2012-11-17 07:37:04

'58년 개띠'. 왜 하필? 59년 돼지띠, 60년 쥐띠, 61년 소띠도 있고 그들보다 선배인 57년 닭띠, 56년 원숭이띠, 55년 양띠도 있는데. 58년 개띠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표격으로 일컬어진다. 6'25전쟁이 끝나고 사회의 불안정이 극에 달했던 몇 년을 지나 어렵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생활이 점차 안정기에 접어들자 베이비붐이 시작된다. 그래서 쏟아져 나온 이들이 바로 58년 개띠들이다.

올해로 55세. 남자라면 직장에서 밀려나는 세대이고 여자라면 자녀들의 대학입시에서 대부분 해방된 세대들이다. 이들은 또 고교입시 평준화 첫 실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물론 서울과 부산을 제외하면 지방은 그 이후 평준화) 이들은 두 해 전부터 시행된 중학교 무시험 진학의 혜택도 입은 세대다. 재수(再修) 없이 곧장 대학에 진학했다면 77학번이 된다. 베이비부머 세대 대표답게 이들은 당시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역대 가장 높은 경쟁률로 치르고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할 무렵 신혼 주거지를 위해 서울 주변의 대표적 베드타운인 분당, 일산 신도시가 세워지게 된다. 한국사회의 변화를 온몸을 맞으며 살았던 58년 개띠. 이처럼 그들은 이 사회의 격변기에 희생타를 맞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례들의 최초 시행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전 세대에 비해 평등의식이 유난히 강하다. 그리고 이후 세대들을 향해서는 평준화 세대라며 차별의식을 갖기도 한다. 386세대라며 치받고 올라오는 1980년대 학번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일. 이들도 하나 둘 무대 뒤로, 아래로 물러나고 있다.

온라인 서평에서 한 독자는 "이 책은 삶의 아집을 잠깐 내려놓고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 오팔년 개띠인 주인공 경재를 중심으로 6'25전쟁 후 60년의 한국사회를 잔잔하게 펼쳐 나간다. 경재는 개천에서 용이 난, 그 옛날 우리 부모님이 최고로 치던 엄친아다.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모두가 배고팠던 초등학교 시절의 옥수수빵 이야기로 시작되어 주변 친구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엮어 나간다"고 쓰고 있다. 그는 "단풍이 멋진 가을날 공원벤치에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덧붙였다. 정말 쉼 없이 달려온 우리 시대 아버지와 형님들의 이야기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맞아, 그땐 그랬어!" 분량도 소설치고는 165쪽으로 착하다. 어지간한 시집이나 에세이집보다 독파가 쉽다.

작자 김문은 59년 돼지띠 주부다. 대구에서 태어나 미술을 전공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은 '허기'를 평생을 안고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앞서가는 58년 개띠를 지켜봤다. 그는 "생존을 화두로 삼고 태어나 나보다 우리가 우선인 통념 속에서 누군가의 아들로 누군가의 아버지로 살아온 58년 개띠 남자들의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고 했다. 작자가 말하는 58년 개띠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주역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통칭이기도 하다. 이들이 이렇게 소리없이 사회라는 무대에서 뒤로 그리고 아래로 물러나고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그 세대들의 이야기이자 하소연이다.

작자는 다음 작품도 구상 중이다. 제목은 '오팔년 개띠 마누라'다. 이제는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책은 그래서 오팔년 시리즈의 전편에 해당한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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