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1963년 6월 20일

입력 2012-11-17 07:49:20

옛날 신문을 뒤지다 보면 눈길을 끄는 기사가 아주 많다. 그때 그 시절은 이러했고 지금은 이렇다며 당시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어 재미있지만, 정치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아주 놀라게 된다. 분열과 혼란, 인신공격, 흑색선전…. 그 당시와 요즘 정치 상황이 왜 그리 비슷한지, 왜 그리 빼닮아 있는지 의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인의 정치 DNA가 그렇게 타고났기 때문에 발전이라는 말이 요원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니면 역사란 늘 되풀이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숙명일까.

단적인 사례가 1963년 6월 20일자 신문 1면 헤드라인 기사다. '단일후보엔 의견일치'라는 제목이 대문짝만 하게 달려 있고 그 아래 작은 제목에는 '후보에 김병로, 윤보선 씨 물망'이라고 붙어 있었다. 그 기사는 5개 야당 지도자들이 5'16쿠데타 이후 군복을 벗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범야권의 단일 후보가 필요하며 그에 대해 의견 일치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김대중'김종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보다 훨씬 앞서는 50년 전에도 야권 단일화가 정국의 최대 변수였다는 얘기다.

그 기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후보의 자격 기준과 당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다.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냐는 것인데, 그 경향은 비교적 원만하여 전야세력(全野勢力)의 반대를 받지 않는 김병로(전 대법원장) 씨를 밀자는 의견과 무엇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당선 가능성이 큰 윤보선(전 대통령) 씨를 밀자는 두 가지 의견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경쟁 중인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이 기사에 그대로 집어넣어도 내용이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너무 신기하다. 문재인 후보는 야권 후보 적합도에서 앞서고, 안철수 후보는 본선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50년 전이나 현재의 상황이 대동소이한 것이다.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가인 김병로의 손자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선대(先代) 때와는 달리 같은 편에 서 있어 이채롭다. 참고로 1963년 제5대 대통령선거는 박 전 대통령이 야권 단일 후보인 윤보선 씨를 역대 최소인 15만 표 차이로 누르고 신승했다. 요즘 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를 지켜보고 있자니 '하려면 조용하게 하든지…'라는 괜한 심술에서 해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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