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대강 보 철거 공약 거둬주기를

입력 2012-11-14 07:05:02

요즘 주말이면 낙동강, 한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변은 자전거 행렬로 넘쳐 난다. 수변공간에 마련된 야구'축구장 물레길 등 생활체육시설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체력 단련에 여념이 없다. 4대강이 공식 개방된 지 1년 만에 방문객이 1천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역의 상징과 역사를 형상화한 4대강 16개 보(洑)는 이제 우리의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상 대대로 가뭄과 홍수에 시달려온 낙동강 등 4대강 유역 농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보의 물을 가두기 시작한 지난해 여름부터 극심한 가뭄과 집중호우를 거뜬히 견뎌 내고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고 있다.

그런데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실태조사를 벌여 보 철거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며칠 전 내놓았다. 이는 힘들게 얻어낸 강이 베푸는 혜택을 다시 빼앗겠다는 것이다. 보 철거 주장은 안 후보뿐 아니라 정치색 짙은 환경근본주의자나 일부 정치인들이 한 적이 있다. 4대강 보를 폭파해야 한다고 발언한 적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대선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유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안 후보는 "보를 유지 관리하는 데 드는 돈이 보 해체 비용보다 크면 보를 없애는 게 낫다"고 말했다. 녹조(綠藻)발생을 비롯해 사사건건 4대강 살리기 사업 탓으로 돌리던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허구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4대강 사업의 치수 효과가 명명백백한데도 보 철거 공약을 내놓는 저의를 알 수 없다.

올여름 전국의 강과 호수에서 녹조가 발생하자 일부 환경단체와 정치권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3개 보가 만들어진 남한강은 녹조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보 건설이나 준설이 전혀 없었던 북한강에서 녹조가 심각했었다. 폭염이 주춤해지고 비가 오면서 녹조가 말끔히 사라지자 국민들은 녹조는 가뭄과 폭염 때문이지 보 건설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 관련 전문가들은 녹조현상은 물의 속도와 무관하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은 수변 정비, 퇴적물 준설, 오염원 차단 등으로 영양물질이 줄고 보 건설로 수심을 깊게 하고 수량이 풍부해져 오히려 녹조현상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을 유치해 놓고 있다. '물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물포럼에는 200여 개국에서 정상, 장차관, 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3만1천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개최도시인 대구시와 경북도 그리고 국토해양부,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지난가을 일제히 물 관련 국제행사를 낙동강을 중심으로 열고 포럼에 대비하고 있다. 포럼 주최 측은 강정고령보 등 4대강 사업의 현장에서 회의를 열고 참가국 대표들에게 죽어가던 강을 되살린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4대강 기술 수출도 고무적이다. 모로코 파라과이와의 기술협력 MOU 체결이 성사되고 홍수로 수도가 물바다가 된 태국의 댐 건설 참여도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4대강에 건설된 16개 보를 철거하면 비용은 고사하고 다시 생태계가 파괴된다. 일부 환경론자들이 흔히 말하는 대재앙(災殃)이 불 보듯 뻔한데 어떻게 이런 공약을 내놓았는지 모를 일이다. 안철수 후보를 아끼고 지지하는 국민들도 4대강 보 철거 공약은 거둬 주기를 바라고 있다.

김병호/K-water 江문화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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