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수익금 용돈처럼 통장에…'월지급식 펀드' 효자네

입력 2012-11-13 07:21:07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제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에 여윳돈을 넣어 두는 것은 더 이상 재테크 수단이 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부동산 투자 역시 재테크 방법으로 매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렇다고 주식에 직접 투자하려니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국채 매입 조치와 미국의 3차 양적 완화 발표 이후 반짝 상승했던 코스피 지수가 좀처럼 2,000선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제로금리시대, 어떤 금융상품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을까. 요즘 주목받고 있는 것은 월지급식 펀드다.

◆올 들어 4천700억원 유입

월지급식 펀드는 환매 시점에 원리금을 모두 지급하는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매월 연금처럼 분배금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국내에 출시된 월지급식 펀드는 채권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해외 채권형이 40%, 국내 채권'주식 혼합형이 41%인 반면 국내 주식형은 12%에 불과하다.

채권형이 많은 이유는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선호하기 때문. 주식형의 경우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적당하지만 리스크가 많아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다.

월지급식 펀드는 저금리시대,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는 높은 수준의 분배금을 받을 수 있어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이달 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순자산이 10억 원 이상이고 1개월 이상 운영되고 있는 46개 월지급식 펀드에 올 들어 10월까지 4천712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올 1월 41억원이 유출된 것을 제외하면 9개월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10월에는 1천182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 것을 월지급식 펀드의 인기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도 2000년대 초 베이비부머인 단카이 세대가 은퇴하면서 월지급식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수익률(이달 1일 기준)을 보면 피델리티운용의 '피델리티월지급식이머징마켓자(채권-재간접)종류C-e'가 연초 이후 17.52%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이어 JP모간의 'JP모간월지급이머징국공채(채권-재간접)C-S'(17.38%), 피델리티운용의 '피델리티월지급식아시아하이일드자(채권-재간접)A'(17.10%) 등이 뒤를 이었다.

특이한 점은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월지급식글로벌다이나믹자 1(채권)(분배)종류C'(9.01%)를 제외한 나머지 펀드들이 모두 외국계이거나 외국계 합작사의 상품이라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하이일드'신흥국 채권 등으로 구성된 상품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해외 네트워크 강점이 있는 외국계 운용사가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원금 손실 가능성 상존

월지급식 펀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금물이다. 원금을 까먹거나 은행 정기예금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도 많기 때문.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이고 설정 기간이 6개월이 넘은 41개 펀드 가운데 최근 6개월 동안 손실을 낸 펀드는 15개로 집계됐다. 특히 은행 정기예금 금리(연 3~3.5%)보다 수익률이 낮은 펀드는 27개로 절반이 넘었다.

◆이럴 땐 이렇게

월지급식 펀드는 매달 지급되는 분배금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원금에서 분배금을 떼서 지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월지급식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일단 월지급액을 줄여 원금 감소를 막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원금이 계속 깎여나가면 나중에 수익률이 높아져도 원금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원금 손실이 상대적으로 클 경우에는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해외 채권형으로 갈아타거나 펀드 해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우상구 대구은행 본점PB센터 팀장은 "저금리시대, 월지급식 펀드는 매력적인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월지급식 펀드에 가입할 때에는 구체적인 조건들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특히 해외 채권형에 투자할 경우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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