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단상] 얼굴

입력 2012-11-12 07:34:18

"기차역은 늘 그리움의 장소다. 삶의 웃음보다 눈물이 더 많은 곳이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이라는 기차를 타고 각자 거쳐 가야 할 역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나도 수많은 역을 거쳐 왔다. 내 가슴속에는 내가 지나온 역들의 애틋한 풍경들이 살아 있다." (정호승 외 3인의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중에서) 사랑에 빠진 연인이 꼭 아니더라도 일상을 벗어나 떠나는 기차 여행은 가끔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2012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며 새해 시작할 때의 결심을 되새겨 보는 것도 괜찮겠다.

'궤도'와 '괘도'에 대해 살펴보자. '궤도'는 수레가 지나간 바큇자국이 난 길, 일이 발전하는 본격적인 방향과 단계를 뜻하며 "그는 우연한 기회에 인생의 궤도가 바뀌어 소설가가 되었다." "기차가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났다."로 쓰인다. '괘도'는 벽에 걸어 놓고 보는 학습용 그림이나 지도로 "판서를 하는 것보다는 괘도를 잘 활용하는 것이 시각적으로 효과가 있다." "선생님은 칠판에 괘도를 걸고 설명하셨다."로 활용한다.

"사람의 얼굴은 유전적으로 타고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도중에 자신의 성격대로 자신의 이미지대로 변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내 얼굴의 변천사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얼굴은 그 사람의 역사이며 살아가는 현장이며 그 사람의 풍경인 것이다."(최인호의 '산중일기' 중에서) 부부가 함께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갖고 있는 본래 성격과 함께 생김새도 조금씩 변하여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한곳에 정착하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장소를 옮기기도 한다.

"많은 인구가 지방에서 서울로 옮아갔다." "그는 공원 입구를 벗어나자 곧바로 새 가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옮아가다'와 '옮겨 가다'에 대해 알아보자. '옮아가다'는 본래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자리 잡아 가다, 불이나 질병 따위가 퍼져 가다, 화제가 바뀌다의 의미로 상대말은 '옮아오다'이며 "공장들이 도심에서 변두리로 옮아갔다."로 쓰인다. '옮겨 가다'는 '옮겨+가다'의 형태로 '옮기다'는 어떤 곳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여 자리를 바꾸다라는 뜻의 '옮다'의 사동사다. 또 '옮기다'는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떼어 놓다, 관심이나 시선 따위를 하나의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돌리다라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옮아가다'는 붙여 쓰지만, '옮겨갔다'는 '옮기어 가다'의 과거형으로 '옮겨 갔다'로 띄어 써야 한다.

매일같이 용모를 살피기 위해 들여다보는 거울, 오늘은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관심을 가져보자. 용모보다 내면의 모습을.

성병휘(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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