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한시 파업, 대구 61개교 급식에 차질
9일 낮 대구 수성구 신매동 시지중.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삼삼오오 책상에 모여앉아 가져온 도시락을 펼쳤다.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부터 분식점에서 사온 김밥, 도시락전문점에서 사온 도시락, 컵라면, 삼각김밥 등 다양한 도시락이 책상 위에 올라왔다. 비슷한 시각 대구 수성구 지산동 용지초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과 교사가 각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열었다. 학생들 대부분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가져왔지만 일부 학생들은 간단히 볶음밥을 싸 오거나 분식점에서 사 온 김밥을 도시락통에 담아 오기도 했다.
전국 초'중'고교의 비정규직 급식조리원들이 하루짜리 시한부 파업을 시작한 9일 대구 시내 대부분의 초'중'고교생들이 점심을 학교 급식 대신 도시락과 학교에서 지급한 김밥 또는 빵과 음료수로 때우는 등 불편을 겪었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대구시내 439개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중 급식조리원이 파업에 참가해 점심 급식에 차질을 빚은 학교는 61곳. 각 학교에서 파업이 확정된 7일 급식을 할 수 없으니 도시락을 싸오라고 당부하는 가정통신문을 학생들에게 배포해 큰 혼란은 없었다. 또 일부 학교는 도시락을 지참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김밥이나 빵 등을 학교 예산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도시락을 들고와야 한다는 사실에 불편을 호소했다. 김민지(14) 양은 "아침에 도시락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며 "하루 정도는 이래도 되겠지만 길어지면 많이 불편할 것 같다. 빨리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돼 급식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요한(14) 군은 "도시락을 들고 오기 귀찮아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등굣길에 사왔다"고 했다.
용지초교 김영숙 교사는 "학생들이 싸온 도시락 대부분이 인스턴트 음식이나 조리가 간편한 볶음밥류"라며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편식이나 영양 불균형 등으로 학생들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부모 이영미(40'여'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는 "도시락을 아침에 준비하면 밥과 반찬이 식어서 맛이 없을 것 같아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가져왔다"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을 야기한 비정규직 급식조리원들의 시한부 파업은 처우 개선 때문. 이들은 "강도 높은 근무 여건에 비해 급여도 100만원 안팎일 정도로 열악해 대구시교육청에 수차례 협상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경북지역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대구시교육청을 단체교섭 대상으로 지목했음에도 응하지 않고 있어 불가피하게 파업에 들어가게 됐다"며 대구시교육청이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교육청은 협상 당사자가 교육감이어야 한다는 경북지역노동위원회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대구시교육청은 행정소송 결과를 본 뒤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어서 비정규직 급식조리원들의 파업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일차적으로는 도시락을 계속 준비하고 향후 또 다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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