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사랑의 아리아가 쏟아진 제1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개막 공연 '청라언덕'은 창작 오페라에 대한 편견이 무색할 만큼,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이자 국민 애창곡인 '동무생각' 이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도 함께 노래를 따라 불러 그 감동과 전율은 배가 됐다.
가을 내내 화려한 오페라의 향연을 펼쳤던 제1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의 감동이 아직 생생한데, 어느덧 마지막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오페라, 새로운 시대'라는 주제로 시작한 축제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을지 무척 궁금하다. 이 행사를 준비한 당사자로서 창작 오페라 '청라언덕', 마니아층을 자극한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폴란드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준 '나부코'와 아시아 성악가들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들려준 '돈 조반니', 축제 개막 전에 전석 매진이 된 폐막작 '카르멘', 그리고 오페라 컬렉션과 콘서트 시리즈까지, 준비한 모든 공연이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을 선사해 주었으리라 믿는다.
올해는 참으로 다양한 모험을 했다. 지역을 배경으로 한 창작 오페라 제작도 그렇고 어렵기로 소문난 바그너의 오페라를 선보인 것도 그렇다. 일반 대중들은 물론 마니아들의 눈높이를 고루 충족시켜 주고자 한 것이었다. 그 자체가 도전이었다. 안정보다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축제를 준비해서인지, 관객들은 이런 작품들에 비교적 많은 애정과 호응을 보내주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 같은 격려가 내년에는 한 차원 높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다짐을 낳게 했다.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축제에 많은 관객이 찾아왔다. 지인들은 성공적인 축제였다고 칭찬하지만 예술감독을 맡았던 필자의 입장에선 만족 정도가 60% 수준이었다. 공연 진행적인 부분이나 홍보 부분이나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운 점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년 적은 수의 사무국 직원들이 몇 달 동안 밤을 새워가며 열악한 환경에서 국제적인 축제를 치러야 해 위원장으로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그래도 우리가 대구의 문화를 이끌어가고 대한민국의 오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함께 힘을 모을 수가 있었다.
오페라는 과연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이 축제를 찾았다. '키즈 클래식 콘서트' 때는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 최초로 유치원생들이 극장에 입장해 박수를 치며 오페라를 관람했고, 인형극 '모차르트와 마술피리' 또한 3회 전 회가 매진돼 공연 횟수를 늘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이를 보면서 지역 관객들이 어린이 오페라 공연에 목말라 있었음을 알았고, 앞으로 어린이들이 오페라와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해야 할 필요성도 느꼈다. '찾아가는 오페라 산책'을 통해 지역 어르신들과도 만남의 기회를 가졌는데, 지속적으로 오페라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얼마 전 서울에서 활동하는 오페라 기획자가 축제를 찾았다. 그는 오페라축제의 객석이 협찬사의 단체 예매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개인이 직접 티켓을 예매해 축제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다른 데서는 협찬 티켓을 판매해야 객석이 채워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대구는 오페라의 도시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이처럼 대구는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공연장 관람 분위기도 수준급이다.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사람부터 이제는 비평가들보다 더 예민한 눈과 귀로 공연을 평가하는 마니아들도 부쩍 늘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오페라만 만들면 끝'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관객들의 요구를 가장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대구 시민과 한국 오페라 마니아들의 힘을 기운 삼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열 번째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다. 앞으로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열어갈 오페라의 새로운 시대를 대구 시민 모두가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오페라축제는 대구 시민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와 아시아를 대표하고 나아가 세계 속으로 나아가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김성빈/대구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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