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자랐어요" 수능 치른 다문화 자녀들

입력 2012-11-09 09:25:49

예천 대창고 재학중인 3인방…"공부 못한다" 편견 제일 싫어

경북 예천 대창고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3명이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석호, 안준현, 황도경 군.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경북 예천 대창고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3명이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석호, 안준현, 황도경 군.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0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올해 수능시험을 치를 만큼 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경북에서 이날 수능시험을 치른 고3 다문화 학생은 34명. 이 가운데 3명이 예천군 대창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각기 다른 꿈을 꾸며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는 대창고 학생 3명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능 끝나니까 날아갈 것 같아요. 제일 하고 싶은 거요? 스키장 가보고 싶어요!"

8일 수능을 치른 이석호(18) 군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석호 군은 어머니와 함께 휴대전화를 사러 외출했다. 석호 어머니의 고향은 일본. 초등학생이었을 때 가족들과 함께 세 번 정도 일본 여행을 했다. 석호 군에게 어머니가 일본 출신이라는 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서 일본어를 배워 공부를 거의 안 하고 학교에서 일어 시험을 봐도 만점 가까이 나왔어요. 공부 덜해도 되고 좋던데요."

과학을 좋아하는 석호 군은 벌써 목표 대학도 정했다. 금오공대 산업공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목표다. "수능 탐구영역에서 지구과학과 화학을 선택했는데 잘 친 것 같아요. 결과는 나와봐야 되겠지만 미리 걱정은 안 할래요."

황도경(18) 군도 어머니가 일본 출신이다. 수능을 치르고 집에 가서 컴퓨터 축구 게임에 열중하는 영락없는 또래 고등학생이다. 화학 수업을 가장 좋아하는 도경 군은 성균관대 공학계열 진학을 원하고 있다. 그 역시 어머니가 일본에서 왔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원망한 적이 없다. 그의 어머니는 현재 경북 안동과학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도경 군은 "우리 엄마는 한국어와 일어, 영어도 잘하신다. 엄마가 오히려 자랑스럽고 뿌듯한데 자꾸 다문화 학생이라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싫다"고 했다,

안준현(18) 군 역시 마찬가지. 어머니가 중국 조선족인 준현 군은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고2 때 반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그때 엄마가 계셔서 애들한테 엄마 고향이 중국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어릴 때 중국 여행을 해봤다고 하면 더 부러워해요. 감출 이유가 전혀 없어요."

다만 준현 군이 싫어하는 것은 편견의 시선이다. '다문화 학생은 공부를 못한다', '다문화 가정은 형편이 어렵다' 등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편견 때문에 상처받기 일쑤라는 것. 준현 군은 "엄마의 고향이 다른 나라일 뿐이지 엄마도 나도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시모집에 지원해 경북전문대학교 조리학과에 이미 합격한 상태다. "한식 요리로 최고가는 요리사가 될 거에요! 나는 한국 사람이니까요."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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