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 '혹'인줄 알았더니 '암'

입력 2012-11-08 14:18:37

우리나라 집안 바닥은 대부분 미끄러운 장판으로 되어 있다. 아파트도 그렇고, 주택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실내에서 생활하는 반려견은 뒷다리의 무릎이 빠지는 슬개골 탈구가 잘 발생한다. 슬개골 탈구는 실외에서 생활하는 대형견이나 일반 잡종견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바닥이 미끄러운 곳에서 생활하는 반려견은 잘 넘어지지 않으려고 다리를 벌리고 힘을 바깥쪽으로 쓰므로 슬개골이 탈구된다. 따라서 미끄러지지 않게 발바닥의 털을 자주 깎아 주어야 한다.

최근 노령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종양이다. 이름이 '누리'인 12살 골든레트리버 수컷 견종이 내원했다. 밥을 먹지 않아 내원을 했는데, 활력이 떨어지고 살이 많이 빠진 것으로 보아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았다. 70대 할머니가 친구같이 키웠는데 밥만 잘 먹으면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한 달 전부터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이 감소해 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와 방사선 촬영, 초음파검사를 하면서 여유가 있어 누리에게 수액처치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진찰실 안으로 들어왔다. 할머니는 "예전에는 자식 키우는 데 정신없이 살았고, 자식들 다 결혼시켜 출가시킨 후에는 누리랑 같이 살았다"고 하면서 "나의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가족(반려견)을 꼭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 모든 임파절에 종양이 다 퍼진 말기 상태였다. 하악의 임파절과 견갑부의 천경임파절, 서혜부 임파절, 대퇴임파절이 모두 커진 상태였다. 초음파상으로 복강에 15~20㎝ 정도의 종양과 후복막강 내의 임파절에도 종양이 관찰되었다. 어떻게 설명을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먼저 딸에게 누리가 암에 걸려 있고 진행이 많이 되어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했다. 딸에게 설명을 들은 할머니는 예상을 했는지 진찰실로 들어와서 나에게 물었다.

"나보다 먼저 가게 되어 다행"이라면서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그리고 "살면 얼마를 더 살 수 있는지"도 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약물치료와 통증치료를 해줄 것을 약속하고 돌려보냈다. 할머니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시한부 생을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해 수의사로서 어떻게 해줄 수 없어 안타까웠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종양인지 모르고 혹이 생겼다고 내원한다. 유방에 생긴 혹, 턱밑에 생긴 것, 생식기에 생긴 것, 등쪽에 생긴 것 등은 생활하는 데 불편할 뿐, 먹고 노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치료 시기와 수술 시기를 넘기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조기에 관찰해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치료를 하면 종양도 완치되고 생명이 다할 때까지 편안히 보호자와 살 수 있다.

최동학(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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