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늪에서 새 삶 찾은 근육병 장애인
"매일신문의 '이웃사랑' 코너에 소개된 뒤 각계의 지원으로 사회 활동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찾게 됐습니다."
7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사회과학대학 132호 강의실. 근육병 1급 중증장애인 박광배(57) 씨가 100명이 넘는 경북대 학생들 앞에서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었다.
박 씨의 몸에서 유일하게 감각이 살아있는 것은 가운뎃손가락뿐이다. 박 씨는 본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병들고 삶이 힘겨운 이웃들을 소개하고 성금을 지원하는 '이웃사랑'(2011년 3월 2일자 8면 보도)에 '박명호'라는 가명으로 소개돼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박 씨의 기사가 신문에 소개된 후 성금 1천770만7천900원이 모였고, 매일신문은 이를 박 씨에게 전달했다.
박 씨는 "온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근육병 환자로 신체가 마비돼 활동보조인의 도움 없이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면서 "2008년에는 교통사고까지 당해 몸 상태가 악화된 것은 물론 2천만원이 넘는 빚까지 있던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박 씨는 "근육병 장애인들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이웃사랑' 때문이었다"면서 "매일신문 독자들의 성금 일부는 교통사고 이후 간병인 고용을 위해 얻은 빚을 갚는 데 썼고, 일부는 국제근육병장애인협회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제근육병장애인협회는 '근육병 1급 중증장애인과 경북대 학생과의 희망나눔'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마련했다. 박 씨는 약 15분간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과 그 속에서 겪었던 고난과 교훈 등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박 씨는 "전동침대 리모컨을 실수로 떨어뜨리는 바람에 몸을 움직이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받은 적도 있었고, 혼자 설사를 해결하지 못해 침대 위에 실례를 했던 적도 있었다"면서 "당장 타인에게 도움을 구걸해야 살아갈 수 있는 내 삶이 싫었던 적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현재 박 씨는 국제근육병장애인협회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상담활동을 하고 있다. 비록 양손 가운뎃손가락만 겨우 움직일 수 있지만 상담활동을 시작하면서 컴퓨터도 배우기 시작했다.
현재 박 씨는 근육병 환자를 위한 지침서 작성과 근육병 환자들을 위한 요양병원 설립을 꿈꾸고 있다. 박 씨는 학생들에게 "주변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가지고 좋은 생각과 착한 마음으로 살아가라"면서 "근육병 장애인들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상담활동을 하다 보면 자신의 삶을 자기 마음대로 살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비관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거나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고통스런 근육병이 치료가 되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