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개 점으로 이루어진 평면

입력 2012-11-08 07:04:33

공간속에서 각각의 이미지 가지다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리는 박종규 전시는 구멍을 뚫어 평면 아래로 들어가는 작업을 보여준다. 무수한 점들이 만드는 공간들을 감상할 수 있다.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리는 박종규 전시는 구멍을 뚫어 평면 아래로 들어가는 작업을 보여준다. 무수한 점들이 만드는 공간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박종규 현대미술전,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

높이와 너비 4m80㎝. 그 대형 흰 벽에 무수히 작은 점들이 찍혀 있다. '기억공작소'로 더 잘 알려진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을 이번엔 박종규 작가가 채웠다.

마치 방음벽을 연상시키는 '점'들은 48개의 패널에 구멍을 뚫고 벽면에 설치한 것이다. 패널 하나에 뚫린 구멍은 7천여 개. 조각도, 회화도 아닌 그 중간 경계에 위치한다. 작가가 2009년부터 몰두해온 '레이어즈와 디멘션스'(Layers &dimensions). 레이어는 층위를, 디멘션은 차원을 의미한다.

"펀칭을 해 구멍을 뚫는 작업은 처음이에요. 그동안은 점을 붙이는 작업을 해왔죠. 48개의 이미지는 계획된 이미지가 아니고, 의미를 가지지 않아요. 48개 모두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평면 안으로 파고들어간 '공간'에 흥미를 느낀다. 구멍을 뚫어 생기는 수많은 점 같은 공간들의 모음이다.

전시장 맞은편 벽면에는 점이 아니라, 점의 연장으로서 선을 조각한 같은 개념의 작품이 걸려 있다. 마치 '스크래치'를 연상시킨다. 흰 벽을 그대로 할퀴고 긁어놓은 것 같은 그 작품은 묘하게 청각적인 환청을 연상시킨다. 흰 벽을 긁는 날카로운 노이즈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하다.

거대한 패널들과 하나의 패널 사이. 석고 반죽을 짓이겨 던져놓은 듯한 물체가 놓여 있다. 버려진 쓰레기들을 집어넣어 석고로 덮어둔 작품은 전시장의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에서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말 그대로 이 공간에서 거대한 노이즈인 셈이다. 한 미술평론가는 이를 보고 "거대한 물음표 같다"고 말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과 닮은 음악을 함께 들려준다. 작가는 우연히 발견한 한 음악가의 음악이 자신의 작품과 똑같다는 연상을 하며 그 음악을 전시장에 튼다. 관객들은 시각적 예술이 청각적 예술로 순환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대미술이 의문을 던지는 장르라면, 작가는 이 역할에 충실하며 늘 의문을 던진다. 이 작은 공간은 또다시 작가가 던지는 물음표로 가득하다. 이번 전시는 12월 9일까지 열린다. 053)661-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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