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올 것이 왔다…맞대응 카드 고심 중"

입력 2012-11-06 12:05:34

혹시나 했던 야권 단일화 변수(變數)가 18대 대선을 43일 앞둔 6일 상수(常數)가 되면서 새누리당에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단일화가 대선 정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박근혜 대선 후보가 당분간 수세에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일단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단일화를 '야합'(野合)으로 규정했다.

5일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박선규 대변인은 "안 후보가 내놓은 국회의원 정수 축소, 중앙당 폐지, 국고보조금 축소 안에 대해 민주당은 현실을 모르는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라고 폄하했다"며 "정책도 지향점도 다른 두 사람이 오직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 정치발전이란 말인가. 명분도 양식도 버린 채 결국 야합을 택한 안, 문 두 후보의 처지가 안쓰럽고 딱하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실패한 단일화'를 우선 부각하고, 문-안 단일화 카드를 덮을 수 있는 한 수(手)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무리하게 단일화를 추진해 대선과 함께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치러지는 것과, 지난 4'11총선 때 민주통합당과 후보 단일화를 했던 통합진보당이 '종북' 논란에 시달렸던 점을 국민에게 재각인한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두 사람의 단일화는 나무(木)와 쇠(金)를 합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재판이다. 노무현 정권의 상징인 문 후보와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는 안 후보가 상극인데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권영세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예고된 결혼식으론 국민 감동이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만이 '정치 쇄신'이라는 뜻을 피력한 박 후보는 5일 외교'안보'통일 구상을 내놓으며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북 지도자와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오후 6시 문-안 후보가 '단일화 회동'을 예정하자 박 후보는 그동안 준비해 온 '정치 쇄신안'을 발표했다. 정치 쇄신을 통한 낡은 정치와의 결별을 선언한 안 후보와 그에 화답하고자 몸부림쳐 온 문 후보의 단일화 이슈를 희석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 후보의 이런 시간차 맞대응을 살펴보면 야권 단일화 카드에 맞는 자신의 정책 구상을 자신의 시간표대로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빅카드로 한 번에 덮기보다는 차근차근 점수를 쌓는다는 것이다. 최종공약안 승인만 앞둔 경제민주화 방안을 곧 내놓고 가계부채, 교육 문제, 일자리 대책 등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보다는 안 후보가 상대하기 껄끄럽다고 보고 있으며 문 후보로 단일화되면 '박근혜 대 노무현' 혹은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로 갈 수 있어 다소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을 지지하지만 박 후보는 지지하지 않는 보수 내 유동층(여론조사 응답층 중 약 9~10%) 즉, 집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 층을 이명박 대통령 지지층 내지는 친이명박계로 보고 있다. 분권형 개헌론에 불을 지핀 이재오 의원이 대표적인데, 이 의원과 그 지지층을 포용해야만 부족한 보수 결집을 이뤄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에서는 '과거사' 논란에 갇힌 박 후보가 그동안 준비한 '미래의' 국정 운용 청사진을 제시해 "과거는 그랬지만 앞으로를 볼 때 박 후보만한 인물이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박 후보는 5일 대한노인회 간담회 뒤 문-안 단일화 회동에 대한 질문에 "그건 제가 별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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