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총체적 부실 이대로 두면 화 부른다

입력 2012-11-06 11:03:55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위조 부품을 쓴 영광원전 5, 6호기 가동이 5일 중단됐다. 외국 기관이 발급하는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원전 부품 5천200여 개가 납품돼 지난 10년간 국내 5개 원전에 광범위하게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서다. 울진원전 3호기에도 45개의 부품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안전과 직접 관련된 원전에 이런 정체불명의 부품들이 마구잡이로 쓰였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적발된 위조 부품은 퓨즈와 계전기류 등 136개 품목이다. 200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는 원전에 극히 일부분일지는 모르지만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부품 하나가 잘못되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관리 부실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철저히 조사해야 할 부분이지만 내부 직원들이 검증서 위조를 묵인하지 않고서야 까막눈처럼 모르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올해 초 고리원전 고장 사고를 한 달간 은폐해 오다 큰 물의를 일으킨 한수원은 이번에도 "이들 부품이 원자로 보조 설비에 사용되는 부품이라 사고 위험은 없다"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그동안 한수원은 국내 원전들의 잦은 고장에 "수많은 부품이 쓰이는 탓에 가끔씩 발생하는 미미한 고장은 어쩔 수 없다"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납품 비리에다 고장 은폐, 관리 부실 등 상황이 이 지경이니 어떻게 한수원을 믿고 원전 운영과 관리를 맡길 수 있겠나.

무엇보다 감독 기관인 지식경제부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0년 동안이나 이를 까마득히 몰랐다는 것은 아예 안전 책임을 방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의 부품들을 전면 교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핵심 부품에도 위조 부품이 쓰이지 않았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부품 관리와 감사 시스템을 확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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