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 조크'(Irish Joke) 하면 유럽에서는 우스갯소리의 대명사로 통한다. "나무에 매달린 외팔이 아일랜드인을 떨어뜨리는 방법?"하고 물으면 "안녕! 손을 흔들면 된다"는 식이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좀 모자란다는 투로 놀리는 많은 농담 중 하나다.
프랑스인들은 "영어는 딱딱해 상인이 쓰는 말이고, 이태리어는 싸울 때 좋고, 독일어는 개에게 말 붙이는데 알맞은 언어"라고 비하한다. 불어는? "진짜 사람이 쓰는 언어"다. 반대로 이태리인들은 "불어는 호모나 쓰는 말이고, 독일어는 전쟁용 언어"라고 비꼰다. 상스러운 물건에 흔히 이웃 국명을 붙이는 화법도 유럽식 풍조인데 콘돔을 프랑스에서는 'English Hat', 영국은 'French Letter'라는 게 그 예다. 상대를 낮춰 보는 심리가 말에 반영된 것이지만 정색하지는 않는다. 조크는 조크일 뿐 심각하면 이미 유머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다.
웃긴다고 했으나 아무도 웃지 않고 인상만 쓰는데도 유머라고 우긴다면 되레 조크 감이다. 야당 초선 의원이 트위터에 새해 소원으로 '명박 급사'를 리트윗하고, "나이 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막말하고도 해학이요 풍자라니 무슨 해학이 집 나가고 풍자가 얼어 죽을 소린가.
소통이 요즘 화두다. 박-문-안, 대선후보 모두 소통하느라 연일 동분서주다. 그런데 경쟁하듯 정책만 쏟아내니 웃거나 웃게 할 여유가 없다. 모두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지 엄숙'진지함이 남부럽잖다. 진지함은 실수를 줄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긍정과 수긍을 이끌어내기 힘든 법. 간지럼 타거나 웃는 사람은 자연히 소리를 내지를 수밖에 없어 "예스" 하지 "노" 하는 경우가 드문 게 이치다. "노"발음처럼 혀가 굳어 안으로 말려들어 가면 볼 일 다 본 거다.
흔히 처칠의 말 '9할이 유머'라고 한다. 단지 웃기는 말 잔치가 아니라 세련된 '말의 예술'이라는 평가다. 설득하려면 먼저 상대를 어떻게 미소 짓게 할지 고민하라는 말이 있듯 화난 얼굴로 설득당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 우리 정치판에도 말 잘하는 정치인은 많으나 웃게 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상대를 웃게 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이 모자란 탓이다. 말만 하면 불편과 고통을 줄 가능성이 큰 부류를 꼽을 때 독설가, 바가지 긁는 마누라, 아니면 정치인 셋 중 하나라고 한다면 참 불행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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