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충청스타일, 대구스타일

입력 2012-11-06 07:27:40

'여당 찍었지만 소외받아… 지역 출신이 안 낫겠나'(PK)

'세종시 같은 대형 공약 나오면 지지 후보 바꿀 수도'(충청)

'박정희 리더십 다시 한 번… 젊은층은 개혁 필요'(TK)

'우리 지역 후보도 없는데… 누가 되든 큰 기대 안 해'(호남)

얼마 전 한 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이번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찍을 것인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신문은 지역별로 각 후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제목을 '대선을 통해서 들여다본 각 지역 사람들의 독특한 성향'쯤으로 할까.

여기에서 드러난 대구경북과 호남지역 사람들은 참 순박하기 그지없다. 한 번 믿으면 간이나 심장쯤은 그냥 던질 태세다. 지금껏 우리나라 정치사에 이 두 지역을 빼고 나면 뭐가 남을까마는 '참 정치 못 한다'는 소릴 들을 만하다. 요즘 연인 사이에서 뜨고 있는 '밀당'(밀고 당기기)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참 재미없는 연인이다.

부산'경남 지역 사람들은 이번 대선을 통해 사랑할 줄 아는 연인이 되고 싶어 한다. 지난 4'11 총선 때 새누리당에 몰표를 던졌는데 큰 이익이 없어서 이번엔 자신들의 지역 출신 야권 후보들에게 표를 주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 40개 의석 중 36곳에서 빨간 깃발(새누리당 상징)을 꽂게 해줬는데 대구경북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게 그들의 항변이다. 그들의 작전은 잘 먹히고 있다. 새누리당은 요즘 부산'경남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당시 이명박 후보가 60% 이상을 득표했던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50%가 나올까 걱정하고 있는 입장으로 전락했다. 당내에서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당연지사다. "부산'경남 의원들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박근혜 대선 후보의 귀에 잘 들어간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연인은 따로 있다. 바로 충청도 사람들이 정치 '끝판 대장'이다. 지금껏 지역 출신 대통령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항상 대선 때만 되면 주가가 오르는 동네다. 게다가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알맹이는 항상 챙기는 실속 있는 연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자신들의 지역에 대형 선물을 안겨주는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대놓고 말한다.

이 기사를 읽다 보니 몇 년 전 들은 한 이야기가 기억이 났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구분원이 생긴 직후 그곳 홍보팀 직원들과의 상견례 자리였다. 대구 출신인 홍보팀장은 ETRI가 있는 대전에서 오래 근무하는 동안 충청도 사람들의 정치적인 기질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가 꺼낸 일화 하나. 당시 ETRI 본부 홍보팀 직원은 모두 7명이었는데, 대구경북 출신이 홍보팀장을 포함해 3명, 호남 출신이 3명, 나머지 한 명이 충청 출신이었단다. "뭔가 급하게 선택할 문제가 생기면 매번 3대 3으로 의견이 갈리고 그 충청도 친구가 결정권을 갖게 되더군요." 근데 그 친구 말이 걸작이다. "항상 자기의 의견을 정확히 표시하지 않아요. 답답해서 '○'인지, '×'인지 택하라 하면 그제야 '△'라고 해요. 나중에 최종 하나가 결정되면 '봐라, 내가 선택한 것이 맞지'라고 은근슬쩍 넘기지요."

그땐 우스갯소리로 흘려 넘겼지만 여의도에서 충청 사람들을 보는 시각은 남다르다. '충청스타일'이다. 그 스타일로 인해 충청 지역은 경제 등 각종 수치가 최근 가장 활발히 상승하는 지역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지 않고서도 자신들의 위치를 돋보이게 할 줄 아는 처세술이야말로, 40여 일 앞둔 이번 대선에서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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