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승 차량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소형 SUV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뉴 GLK 클래스'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임태산(김수로)이 타고 나와 화제가 됐다.
요즘 SUV는 세단의 안락함과 SUV의 실용성을 두루 갖춘 도심형 크로스오버 스타일이 대세다. 뉴 GLK 클래스도 시대적 추세를 충실히 따랐다.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올랐을 때 마치 세단에 앉은 기분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SUV는 차체가 높아 여자의 경우 치마를 입고 타는 것이 불편하다. 하지만 뉴 GLK 클래스는 운전석 높이를 세단 수준으로 낮춰 타고 내리는 데 문제가 없다. 실내는 동급 차량에 비해 넉넉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트 포지션을 낮춰 실내 공간을 키운 덕분에 헤드룸(머리 위쪽 공간)이 훨씬 넓어졌기 때문이다.
시승 코스는 고속도로와 가파른 고갯길 주행을 모두 테스트할 수 있는 앞산순환도로~신대구부산고속도로 수성IC~청도IC~한티재~앞산순환도로로 잡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다소 묵직하게 다가왔다. 초기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인상을 받는 순간 속도계가 이내 반응을 보였다. 뉴 GLK 클래스 주행 능력은 탁월했다. 고속도로에 올라가니 속된 표현으로 시속 120~130㎞는 우습게 나왔다. 가속 페달을 많이 밟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속도계가 160㎞를 가리키고 있었다.
특히 추월할 때 뉴 GLK 클래스의 진면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고 출력 170마력, 최대 토크 40.8㎏'m를 자랑하는 엔진을 탑재한 까닭에 순식간에 앞차를 따돌렸다.
꼬불꼬불 이어진 한티재에서도 뉴 GLK 클래스는 주눅 들지 않았다. 가속 페달에 발만 살짝 얹어도 가파른 고개를 무리 없이 치고 올라갔다. 급격한 코너링 구간에서도 한쪽으로 쏠린다는 느낌이 없었다. 크로스오버 스타일에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이 접목된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국도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요철을 넘을 때도 안정감은 살아 있었다. 일반적인 SUV의 경우 무게중심이 높아 요철을 지날 때 많이 흔들린다. 하지만 무게중심을 낮춘 까닭에 요철도 부드럽게 넘었다. SUV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것 같았다.
소음 상태도 양호했다. 시동을 걸었을 때 디젤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주행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음악을 듣는 데 소음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차 시에 나타나는 아이들링도 상당한 수준으로 억제됐다.
뉴 GLK 클래스의 실내 디자인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잘 정돈된 느낌을 준다. 변속 기어는 운전대 오른쪽 와이퍼 작동 레버가 달린 곳에 있다. 마치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는 것처럼 오른손 검지와 중지만으로 드라이브 모드(D), 후진 모드(R), 주차 모드(P)로 전환할 수 있다. 또 수동으로 7단까지 변속도 가능하다. 운전대에 부착된 버튼을 이용해 기어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운전대에 붙어 있는 변속 기어는 처음에는 생경하지만 익숙해지면 무엇보다 편리하다. 운전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뒷좌석 폴딩 기능을 이용하면 골프백 몇 개가 들어갈 정도다.
안전과 편의사양도 수준급이다. 충돌 시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고강도 패신저 셀과 자동으로 머리와 목을 보호하는 넥 프로 액티브 헤드레스트가 높은 안전성을 제공한다. 장거리 운행으로 집중력이 저하된 운전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의 어시스트, 주행 상황에 따라 운전자의 최적 가시거리를 확보해 주는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도 장착되어 있다. 또 하이패스 단말기가 내장된 룸미러,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 후방 카메라도 기본 사양으로 채택되어 있다.
특히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는 앞'뒤 범퍼에 장착된 10개의 초음파 센서와 전자 컨트롤 장치를 통해 스스로 주차 공간을 찾아낸다. 운전자는 변속 기어와 브레이크 페달만 조작하면 쉽게 주차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프리미엄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의 경우 터치 기능이 없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원형 버튼을 돌려 자음과 모음을 찾아 검색을 해야 한다. 터치 기능을 활용하면 30초면 가능한 주소 검색에 몇 분이 소요된다.
또 고객들의 선호가 분명하게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외관 디자인이다. 선형 형태로 잘 빠진 세단과 달리 뉴 GLK 클래스는 각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벤츠 SUV가 독일 병정같이 딱딱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벤츠가 정통 오프로드 스타일의 SUV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곡선보다 직선이 강조된 형태를 띠게 됐다. 뉴 GLK 클래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기존 모델에 비해 곡선이 많이 강조됐다. 하지만 소비자들 눈에는 아직 전통적인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전체적으로 뉴 GLK 클래스는 야무지게 만들어진 차라는 인상을 준다. 그동안 벤츠는 SUV 시장에서는 재미를 못 봤다. 이전에 내놓은 중형 SUV ML클래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출시한 차가 뉴 GLK 클래스다. 경쟁 차종인 BMW X3와 아우디 Q5에 맞서 SUV 시장에서도 벤츠 신화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가격은 일반형의 경우 5천800만원, 프리미엄형은 6천560만원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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